[수출유망주, 스마트팜]⑥ 식량안보·녹색혁명…두 마리 토끼 노리는 중동

두바이·도하·리야드=윤희훈 기자 2023.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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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카타르·UAE에 부는 ‘녹색 혁명 바람’
사막 기후 극복 차원서 스마트팜 수요 확대
장밋빛 전망은 금물… “기술 증명할 경험 요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도하 원예 국제박람회(EXPO)'에 전시된 고층 수직 농장. /윤희훈 기자

지난 1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3 원예 세계박람회(EXPO)’ 현장. 메인 전시관이라 할 수 있는 ‘카타르관(Qutar Pavillion)’에 들어서자 높이 7.3m의 초대형 수직농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시설은 엽채류 식물부터 화훼작물까지 다양한 식물을 수경 재배로 키우는 스마트팜 설비다. 식물에 꼭 필요한 빛은 발광다이오드(LED)로 조사한다. 빛은 각 식물의 생장 최적 조건에 맞춰 조절된다.

‘녹색 사막, 더 나은 환경(Green Desert, Better Environment)’을 주제로 열린 도하 원예 엑스포는 ‘사막에서 어떻게 하면 식물을 잘 재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각국이 제시한 해법으로 가득했다.

◇ 중동 스마트팜 투자 확대에…문 두드리는 韓 기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훼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중동 국가엔 심대한 위기로 다가왔다. 곡창지대가 부족한 중동 국가들은 곡물과 과일, 채소류를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세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이들 국가는 막대한 국부를 식량 수입에 써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동안은 기후 환경의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기후의존성이 낮은 스마트팜 기술이 보급되면서 이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제 중심지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 현장에서도 각종 스마트팜 기술을 만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이 상추 등을 떼갈 수 있는 5단 수직농장부터, 계단형 수직농장인 ‘하늘 위의 농장’이 대표적이다. 노지 농업의 경우 농작물 1kg 재배에 317리터(ℓ)의 물이 필요하지만, 수경재배식 수직농장은 15ℓ의 물만 있으면 된다.

이러한 수경재배 방식으로 폭 3m의 5단 높이 수경재배 시설에선 물만 사용해 1년에 15kg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물은 재순환처리 방식으로 일반 농사 대비 소비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 공기 중에서 물을 추출하는 에어줄(Air Joule) 시스템도 있다. 태양전지로 작동해 에너지 소비도 최소화한다.

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린 두바이 엑스포시티에 설치된 다양한 스마트팜 시설. /윤희훈 기자

현재 UAE에선 실제로 퓨어 하베스트(Pure Harvest)라는 업체가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채소류를 유통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에미리트 지역 최대 오아시스였던 ‘알 아인(Al Ain)’ 지역에 2개, UAE 수도인 아부다비의 나헬 지역에 1개 등 3개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국내 투자사인 IMM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투자한 중동 기업이기도 하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1년 중동 지역에서의 스마트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이 회사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 스마트팜 기업의 중동 진출 문도 열리고 있다. 경남 진주·사천 지역에 소재한 스마트팜 전문 기업 ‘드림팜’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사인 알파리스 스타트스(AL-FARIS STARTS)와 1억2000만달러(약 1540억원) 규모의 시설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드림팜이 추진하는 사업은 사우디 알 마즈마흐 지역에 스마트팜과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건이다. 드림팜은 3.55헥타르(ha) 면적의 부지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팜 설비인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큐브’를 시공할 예정이다. 예상 시공 기간은 4년이다.

충남 부여 지역에서 토마토 및 유러피언 채소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우듬지팜은 지난 9월 사우디와 1900만달러 규모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스마트팜 수출 실적은 2억8300만달러로 전년 동기(1억500만달러) 대비 168% 증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스마트팜 기업 간 업무협약(MOU) 3건을 체결하는 등 중동지역 스마트팜 수출이 본궤도에 올랐다”면서 “내년에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수출 거점화와 정부 간 협력 강화, 신규사업 추진 등 업계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스마트팜 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실증 데이터 확보 등을 위해 사우디 정부와 협력해 현지에 ‘K-스마트팜 기술 실증 시범 온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 기회 뒤에 숨은 위기… “韓만의 초격차 기술 확보 필요”

풍부한 오일머니와 한국 IT 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강국인 만큼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은 크지 않지만, 오락가락하는 사막 기후에서 온실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등 스마트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물 관리를 꼽는다. 중동에서 사용하는 물은 대부분 해수를 담수화한 것이다.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생활용수로 쓸 수 있게 했지만, 지하수 등과 비교하면 염분기가 일정량 남아 있어 식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막 기후로 인한 예상치 못한 병충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운영적 어려움 때문에 스마트팜 장비를 설치했다 현지 업체가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중단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N 업체가 UAE 지역에 지은 스마트팜 시설도 현지 업체가 운영을 맡은 지 1년 후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N업체 관계자는 “시설을 지어주고 운영은 현지 업체가 했기 때문에, 운영 중단 여부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원예EXPO에 설치된 '한국관'. /윤희훈 기자

사우디와 UAE 등 오일 강국이 장기 국가 발전 계획에 따라 대대적인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작은 흠집’ 하나도 주의해야 한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두바이에서 무역중개를 하는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의 강점은 탄탄한 기술과 빠른 추진력에서 오는 신뢰”라면서 “최근 스마트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사후 처리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건설과 제품에 대한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팜 산업은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이 선도하고 있다. 특히 수경재배 수직농장은 현재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기업들도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차별화 포인트를 찾지 못하면 K-스마트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중점지원 무역관’으로 지정한 코트라 리야드 무역관의 김두식 관장은 “최근 스마트팜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기술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설비 구축만으로는 중동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중동 국가의 탈탄소 에너지 정책과 결합한 스마트팜 모델이라던지, 한국에서 개발한 신품종으로 재배 작물을 특화하는 등 차별화된 수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우디 국영기업에서 한국기업 유치 발굴을 담당하는 한 한국인 관계자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해외 기술 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한국의 스마트팜 전문 기업을 모아 컨소시엄 형태로 ‘K-스마트팜 수출단’을 꾸려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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