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온상' 오명에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도입하는데 곳곳 '잡음'…왜?

윤정민 기자 2023.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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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사본으로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대포폰 온상으로 지적받았던 알뜰폰 업계가 신분 확인 제도를 강화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신분증 위·변조 스캐너가 일부 오프라인 알뜰폰 판매점부터 순차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이에 스캐너 공급을 관리하는 KAIT는 올해 알뜰폰 개통을 위한 통합 신분증 스캐너 개발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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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판매점, 신분증 스캐너 도입 진행 중
일부 알뜰폰社 "전산 운영비 유예 요구"
우체국은 예산 없어 스캐너 도입 어려워
[서울=뉴시스] 알뜰폰 스퀘어 (사진=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제공) 2022.6.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신분증 사본으로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있어 보이스피싱, 대포폰 온상으로 지적받았던 알뜰폰 업계가 신분 확인 제도를 강화한다. 신분증 위·변조 확인용 스캐너를 도입해 불법 개통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스캐너 보급·운영과 관련해 통신업계 곳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다. 운영 예산을 두고 사업 관리자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알뜰폰 일부 사업자 간 합의가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고 알뜰폰을 위탁판매하는 우체국은 예산 문제로 스캐너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신분증 위·변조 스캐너가 일부 오프라인 알뜰폰 판매점부터 순차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그동안 알뜰폰 판매점 대부분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직영·대리점과 달리 신분증 스캐너를 쓰지 않았다. 알뜰폰 사업자 수가 수십 곳에 달하고 신분 확인 시스템도 업체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을 구현할 스캐너도 다르니 알뜰폰 판매점주들은 회사별로 기기를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일부 판매점주는 스캐너 없이 신분증 사본 또는 신분증을 찍은 사진만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해 왔다. 이처럼 개통 절차가 허술하다 보니 대포폰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대포폰 적발 건수 중 약 80%가 알뜰폰이었다.

대포폰 범죄를 줄이기 위해 알뜰폰 개통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스캐너 공급을 관리하는 KAIT는 올해 알뜰폰 개통을 위한 통합 신분증 스캐너 개발에 착수했다.

알뜰폰 업계 "신분증 스캐너 도입 환영, 하지만…"

알뜰폰 업계도 신분증 스캐너도 도입에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알뜰폰 브랜드 '모빙'을 운영하는 유니컴즈의 임정호 상무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인근에서 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알뜰폰 업계가 불법 개통을 걸러내려고 노력하지만 시스템이 미비했다. 스캐너를 도입하고 싶었다"며 "내년에 전체적으로 스캐너가 도입되면 MNO(이통사)처럼 (알뜰폰 관련 대포폰, 보이스피싱 등 문제가) 상당 부분 줄어들 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AIT는 올해 초부터 알뜰폰 업계에 스캐너 전산 개발비, 운영비 분담을 논의해 왔다.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KAIT는 부정가입 방지를 위해 판매점 사전승낙제, 알뜰폰 신분증 스캐너 공통 모듈 전산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총 연간 10억8000만원을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알뜰폰협회 측은 중소 사업자들이 분담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불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알뜰폰협회 기자간담회에서 "비용 분담 생각은 있지만 당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중소사업자들이 스캐너를 도입하는 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브랜드 '프리티'를 운영하는 인스코비의 정광필 상무도 같은 자리에서 "가입자 정보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자가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자별 사용료를 시장 점유율로 분배할텐데 비용이 좀 높다"고 토로했다.

우본 "내년도 스캐너 도입 예산 無…확보 시 순차 도입"

[서울=뉴시스] 우체국 알뜰폰 온라인몰 홈페이지 (사진=인터넷우체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일부 알뜰폰 판매점에서는 스캐너 도입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뜰폰 위탁판매를 진행하는 일부 우체국에는 신분증 스캐너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내년도 예산에 신분증 스캐너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장비 도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내년 안에 (알뜰폰 위탁판매 중인) 우체국 1300여곳에 스캐너를 모두 보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수요가 많은 우체국부터 점진적으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자사 고객 불편 방지를 위해 알뜰폰 판매점에 스캐너가 빠르게 도입하길 원하고 있다. 한 이통사에 따르면 고객 본인도 모른 채 알뜰폰에 가입됐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한 건수가 지난 3개월간 100여건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판매점이 고객에게 요금 상담을 해준다면서 신분증 사본을 받아 알뜰폰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있다"며 "모 알뜰폰에 개통됐다는 문자를 받고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우리 고객센터에 문의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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