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A판 뒤흔든 ‘77년생’ 김이동 대표 “웨이브·티빙 보라… 경쟁사끼리 과감한 합병도 필요”
“IMM의 에어퍼스트 지분 매각, 창의적 딜”
“이제 콜앤드래그 대신 풋옵션만… 만기 수익률 조정 등이 대안”
지난 9월, 삼일회계법인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정KPMG는 다소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1977년생인 김이동 부대표 겸 M&A센터장을 재무자문(Deal Advisory) 부문 대표로 임명한 것이다. 세대교체를 알린 신호탄이었다.
사실 김 대표는 M&A 업계에서 잘 알려진 스타 플레이어다. 실력은 이미 입증했다. 지난해 삼정이 디티알오토모티브의 두산공작기계 인수(2조4000억원), KG그룹의 쌍용차 인수(9500억원), MBK파트너스의 동진섬유·경진섬유 인수(7850억원) 등 빅딜을 잇달아 자문하며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삼정KPMG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M&A 딜 혹한기에도 2조원 규모의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 IMM PE의 에어퍼스트 지분 매각(1조1100억원), 롯데카드의 로카모빌리티 매각(3961억원) 등을 자문하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내년 전략 등에 대해 물었다.
─딜 부문 대표로 임명된 지 어느덧 석달이 됐다. 소회가 궁금하다.
“최근 M&A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아 부담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딜 부문의 실적이 회복되고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모든 본부장들, 12개 태스크포스(TF) 리더들, 핵심 매니저들, 주니어 프로페셔널들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의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협력의 문화야말로 우리 삼정의 가장 큰 힘이다.”
─딜 부문을 총괄한 이후 조직을 개편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고, 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원래 7개였던 본부를 10개로 늘렸다. 원래 100~110명에 달했던 각 본부의 평균 인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났다. 10명 중 4명의 본부장(박영걸·원정준·양진혁·진형석 전무)이 1978년생으로 상당히 젊은 편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직이 전체적으로 활기차게 변했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인사도 하고, 기죽어 있는 본부원들도 힘내도록 서로 격려하고 있다. 또 본부가 슬림해져 전략 수행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M&A 시장이 어땠는지 총평 부탁한다. 삼정이 굵직한 딜을 여러 건 자문하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고금리와 유동성 부족 등의 이유로 상당히 어려웠다. 체감상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25%가량 작아진 것 같다. 우리는 시장 침체 속에서 먼저 협력을 통한 가치 창출에 주력했다. 140명의 M&A센터 멤버들과 함께 ‘잠재적 매수자’를 찾아내고 투자 아이디어를 내서 거래 종결 건수를 늘렸다. 그 외에도 감사·세무·컨설팅 부문 파트너들과 협력해 고객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재무 자문 서비스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시장 규모가 작년과 비교해 25%밖에 안 줄었다는 게 의외다. 기업가치는 전체적으로 더 큰 폭으로 줄어든 것 같은데.
“클로징(거래 종결)된 딜을 기준으로 추산한 시장 규모는 그것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게 맞다. 다만 우리 같은 회계법인이 체감을 덜 하는 이유는, 클로징되지 않은 딜이라 해도 계속 자문을 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관련 용역 업무를 하고 있어 매출액 감소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잠재적 매수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는데, 매수자 풀(pool)을 확대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과거엔 ‘소비재 관련 기업은 신세계, 롯데, CJ가 인수한다’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이제는 그렇게만 생각해서는 딜 클로징이 안 된다. 시장 난도가 높아졌고 시장 유동성이 축소돼 투자자들이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과거 코웨이를 매각할 때 넷마블이 인수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잠재적 매수자 풀을 확대하는 것 외에 딜 성사를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요즘 M&A 딜 자문은 창의성이 관건이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창의성이란 ‘점(dot)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나. M&A 시장에서의 창의도 없던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에어퍼스트 소수지분을 매각한 것이 좋은 사례라고 본다. 그동안은 ‘인수→경영→매각 및 회수’가 정형적인 M&A 사이클이었다면, IMM PE는 ‘인수→추가 투자(자본 지출·capex)→장기 경영→일부 매각’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에어퍼스트 지분의 성격을 인프라 같은 자산(infra─like asset)으로 규정하고 새 투자자에게 어필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 내년에는 불황이나 성장 정체가 지속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수에 기반을 둔 업체들은 경쟁사들과의 과감한 합병, 지분 스왑, 조직 교류 등 과거엔 생각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방식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다 보니 지분 스왑을 택하는 기업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분 스왑을 하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당장 현금으로 엑시트하는 게 어렵지 않나. 큐텐의 11번가 인수가 무산된 것도 그런 한계 때문이었고.
“지분 스왑을 할 때 꼭 엑시트해야 하는 FI가 있다면, 기존 대비 훨씬 더 강한 조건들을 내걸고 신규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지분이나 특정 자산을 담보로 걸면서 크레딧 성격의 자금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11번가의 콜옵션 포기 여파로 콜 앤 드래그(call and drag·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대주주 지분까지 끌어와 강제 매각할 수 있는 조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앞으로는 풋옵션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될 것 같은데.
“풋옵션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되므로, 기업은 이를 고려해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해야만 한다. FI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높인 대가로 만기 수익률(YTM)을 보다 유동적으로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YTM 5% 보장’이라는 단순한 조건을 내거는 대신, 해외 진출 등 어떤 경영 목표나 상장을 달성하면 YTM을 조정해 주는 식이다. 그게 안 된다면 YTM 5%를 받고 엑시트하면 된다.
소수지분에 투자한 FI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전략적 투자자(SI)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자금만 지원한 뒤 소극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데서 벗어나, 기업가치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FI의 참견을 허용할 대주주가 얼마나 될까 싶긴 하다.
“아무래도 아직은 좀 그렇다. 미국에서는 특정 분야에 특화된 PE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 PE들은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갖고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문화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내년 중 기업 회생에 따른 M&A 매물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지.
“그럴 것이다. 이미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내년엔 보다 다양한 기업들이 회생 법원의 문을 두드릴 것 같다. 과거엔 전통 제조업이나 한계 산업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운 스타트업, 플랫폼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은 어떨까.
“아직 매수인과 매도인 눈높이의 간극이 큰데, 내년엔 전반적으로 시장이 조정될 것 같다. 유동성이 개선될 조짐이 별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해외 연기금들도 지금 북미 시장의 성장률이 워낙 높아 아시아에 대한 투자 비율을 늘리지 않을 것이다.”
─해외 연기금이 아시아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게 미·중 갈등과 관련 있나.
“아니다. 사실 지난해 이미 해외 연기금들이 미·중 갈등 때문에 중국 투자를 줄이면서 한국과 일본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려놨다. 그러나 내년엔 아시아 전체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 같다. 지금 미국 경제나 증시 상황이 좋지 않나. 아시아 비중을 줄이고 미국에 좀 더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회생에 따른 M&A를 자문할 때는 다른 일반적인 M&A와 비교해 어떤 점에 특히 신경 써야 하는지.
“기업이 도산할 위기에 처한다면 가장 먼저 종업원이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는 연쇄적으로 기업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M&A의 성사 확률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다른 때와 비교해 더 신속한 거래 종결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쟁사에도 과감하게 M&A를 제안하고 가격도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수자가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합의서 도출도 필요할 수 있다.”
─회생 기업 M&A에서는 인수자가 소위 ‘갑(甲)’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매각되는 기업을 자문할 때 회사 몸값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같은 회사라도 각자 느끼는 밸류에이션이 다 다르지 않나. 어떤 이유에서든 그 회사의 값을 높이 쳐줄 수 있는 인수자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직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미술품 조각 투자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토대로 밸류에이션을 계산하면 턱없이 낮은 값이 나온다. 그러나 오너가 미술 산업을 굉장히 사랑하는 기업이라면, 이 회사를 높은 가격에 인수할 수도 있다. 그런 기업을 찾도록 돕는 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내수 시장 덕에 전기차 및 2차전지 제조 역량을 쌓았고, 한국 기업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돼 왔다. 그러나 미중 갈등으로 중국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어렵게 되면서 국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상대적 수혜를 누리게 됐다. 다만, 내년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의 영향으로 중국과의 합작사 지분을 팔거나 반대로 지분을 늘리려는 수요가 꽤 있을 것 같다.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못 받게 되지 않았나.
“합작사 지분을 파는 것보다는 되사오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대부분 사이즈가 큰 딜이다보니, 내년에는 블라인드펀드를 가진 재무적투자자(FI)들이 이런 딜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자문을 준비하려 한다.”
예를 들어 국내 대기업이 중국 자본과 50%씩 출자해 합작사를 만들었는데 중국 측 지분 25%를 사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대기업은 지분을 총 75%나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많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따라서 상장을 하기 전까지 FI가 들고 있도록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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