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끝나자 부정거래 의혹 '공방전'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실패...최종 응모수량 8.8% 그쳐
MBK "시세조종 의혹", 회사측 "선행매매 의혹" 각각 제기

한국앤컴퍼니 2차 '형제의 난'이 일단락됐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공개매수를 시도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서다. 

그러나 양측이 모두 상대방의 부정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연장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 측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내거래가 시세조종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등 현 경영진 측은 MBK파트너스에 선행매매 혐의가 있다며 당국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예상대로' 실패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SPC '벤츄라'는 공개매수 결과 총 838만8317주의 응모가 접수됐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지분율로 따지면 8.8%로 집계된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20.35%(1931만5214주), 최대 27.32%(2593만4385주)를 취득하려 했지만, 접수된 청약이 최소 목표치(1931만5214주)에 도달하지 못하자 최종적으로 1주도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최대주주인 조현범 회장의 지분율이 이미 42.03%인데다가, 대주주 중 하나인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 편에 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청약 접수가 시작되자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4.41%로 확대했다. 효성첨단소재도 백기사로 등장해 지분율을 0.71%까지 늘렸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조현식 고문과 조양래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의 지분은 18.93%, 10.60%에 불과했다. 국민연금(9월 말 기준 3.8% 보유), hy(1.5% 보유 추정) 등 기관들의 공개매수 참여를 이끌어 내야만 목표치를 채울 수 있었다. 공개매수가를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는 전략까지 썼지만, 기관들의 외면을 받으며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다.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참여 활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며 "기업구조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지는 공방‥"시세조종" vs "선행매매"  

공개매수는 실패로 끝났지만, 양측은 부정거래 의혹을 두고 2라운드를 이어간다. 

우선 MBK파트너스와 조현식 고문 측은 조 명예회장의 시세조종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금감원에 요청서를 제출했다. 

지분이 전혀 없었던 조양래 명예회장은 12월 7~14일까지 258만3718주를 집중적으로 장내 매수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조 명예회장이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올리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내용은 연초 SM엔터테인먼트 사태와 닮아있다. 지난 2월 하이브가 SM엔터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을 때, 기타법인 명의로 매수 주문이 대거 들어왔다. 결국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는 공개매수 방해 의도가 의심된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자본시장법 176조에 따르면 시세조종 유형은 ①위장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②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③허위표시에 의한 시세조종 ④시세고정이나 안정 행위 ⑤현물·선물 연계 시세조종 총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시세고정이나 안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지만, 관건은 의도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중 지분을 매입했다고 해서 다 시세조종으로 볼 수는 없다"며 "SM엔터 사례의 경우 시세를 상승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MBK 측도 유사한 의심을 갖고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룰 위반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분을 5% 갖고있는 주요 주주는 본인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 이를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7일부터 장내매집을 시작했는데, 이 사실은 지난 14일 공시된 '임원 주요주주 특정증권등의 소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처음 시장에 공개됐다. 

문제는 8일 조현범 회장이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할 때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의 보유지분을 특수관계인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로 5일 이내 보고는 완료됐지만, 중간에 지분보고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미보고한 경우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조현범 회장 측도 맞대응 격으로 당국에 MBK파트너스의 선행매매 의혹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공개매수가 결정되기 수 개월 전부터 한국앤컴퍼니 거래량이 이례적으로 폭증한 것과 관련 있다. 일일 거래량은 8월 17일 5만주에 불과했지만 18일에는 864만주, 21일 826만주까지 늘었다. 당시 주가도 18일 하루동안 10% 올랐다가 22일 11%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직전인 11월 말에도 50만주까지 급증했다.   

양측이 공방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키를 쥔 당국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바깥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므로 조사 사실 등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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