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지역소멸·정신건강 문제, 문화예술교육이 해법"

정리=유동주 기자, 대담=최석환 정책사회부장 겸 문화부장 2023. 12. 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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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꿈의 오케스트라와 댄스팀, 예술꽃 씨앗학교, 늘봄학교, 꿈다락문화예술학교, 정신건강 치유, 전국 초중고 및 복지시설 문화예술교육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2005년 설립 이후 추진해온 업무들이다. 국민 대부분이 직간접적인 혜택을 누려왔지만 진흥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던 사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진흥원은 관련 협업을 해야 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조차 전체 기관명을 잘 모르거나 헷갈려 할 정도로 낯설다. 하지만 학부형이라면 달라야 한다. 진흥원에서 파견한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전문 예술교육을 자녀가 이미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초등학교에선 담임교사가, 중·고등학교에선 예술과목 교사가 각각 담당하던 과목이지만 현재는 전문 예술인과 교사의 협력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전국 지역사회와 학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와 '꿈의 댄스팀'은 여전히 거점을 확대하며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박은실 진흥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전국 기초 협력기관이 100곳, 전국 학교에 나가는 예술강사만 5000여명, 수혜인원은 270만명일 정도로 전국 지역 곳곳에서 미세혈관같은 구조로 문화예술교육 기능의 상당 부분을 전담하고 있다"며 "전 생애에 걸쳐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며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관계단절 등 정신건강 문제 해소에도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치유제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핵심 정책이슈인 저출산과 지역소멸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뒤 "늘봄학교과 연계해 초등학생의 돌봄 공백 시간을 양질의 문화예술로 채우고 있다"며 "전국 17개 시·도 지역에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이미 있고 이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사업을 기획·운영하면서 문화 격차 해소에 주력해온게 지방소멸의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이 꼭 필요하다"면서 "내년엔 전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더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한편 '박서보, 이어령, 유인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들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도 진흥원과 인연이 깊다. 올해 10월 작고한 박서보 화백은 마지막 순간까지 (방과 후 초등학생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는) 진흥원의 늘봄학교 대상 온라인 콘텐츠 '늘봄예술학교'를 촬영했다. 아이들에게 그리는 즐거움과 자신만의 묘법 회화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문화계 거목 이어령 선생(초대 문화부 장관)도 문체부와 진흥원이 2010년 서울에서 주관해 개최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을 자신이 평생해온 일 중 가장 보람있었다고 회고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진흥원이 제대로 자리를 잡고 성과를 내기 시작했던 이명박 정부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문화소외지역 학교에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학교'의 첫 시작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 한국정부 주도로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세계문화예술교육 관련 '서울어젠다'에도 이어령 선생과 그의 역할이 뒷받침되기도 했다.

다음은 박 진흥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관명 자체가 낯선게 사실이다.
▶전국 기초 협력기관이 100곳, 전국 학교에 나가는 예술강사만 5000여명, 수혜인원은 270만명일 정도로 전국 지역 곳곳에서 미세혈관같은 구조로 문화예술교육 기능의 상당 부분을 전담하고 있다. 전 생애에 걸쳐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 정부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기관 운영방향은.
▶올 초 발표된 정부의 향후 5년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을 보면 그 비전이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문화예술교육 향유자 중심 관점으로 전환해 국민 일상에서 더 느낄 수 있도록 운영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개인의 변화에서 나아가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중점을 두고 있는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관계단절 해소 문제도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치유제로 작동한단 전제하에 관련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그 분야에서 진흥원이 가장 일선에서 치유 프로그램 확대로 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도 당면 과제 중 하나다.
▶학부모의 돌봄 부담 완화와 교육격차 해소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슈다. 이미 해오고 있지만 늘봄학교와 적극 연계해 초등학생의 돌봄 공백 시간을 양질의 문화예술로 채우고자 한다. 특히 예술가가 모든 지역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박서보 화백과 최정화 작가, 김주원 발레리나 등이 참여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역소멸 문제도 심각한다.
▶전국 17개 시도 지역에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이미 있다. 교육진흥원은 이미 수도권 위주가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역센터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문체부 산하 기관중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지역소멸 문제 해소에 적극적인 곳이라 봐도 좋다.

-올해 주요 성과를 꼽아본다면.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올해 들어 온전히 한 해를 보냈다. 전문적인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몰입해 일하고 있단 점을 느꼈다. 처음 연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통해 정책 체감도를 높였다. 총 10만여명이 행사에 참여하는 등 성공적으로 치러냈단 평가를 받았다. 1년간 1만2000여개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그 규모에 비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대외 인지도나 체감도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키워드로 많은 행사가 있었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 시리즈 개최 등으로 학교와 사회, 각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에 있어 전면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점을 알렸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이 1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 주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개막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문체부와 교육진흥원은 오늘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역 곳곳의 문화예술 공간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는 첫 대규모 전국 행사로 개최되며 문체부가 발표한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 정책방향에 맞추어 '누구나 문화예술을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슬로건 아래 문화예술향유자 관점의 문화예술교육 전환과 미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활성화를 핵심 주제로 기획됐다. 2023.11.01.

-현 시점에서 효과성과 효용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정책 영역과 대상은.
▶우선 '사회적 고립감' 해소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대가 사회적 고립감을 겪고 있다. 2015년부터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는 물론이고 복지센터, 치매센터 등 치유가 필요한 대상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부터 일반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그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예컨데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에선 함께 울기도 하고, 학교 폭력을 당했던 아이가 자신의 스토리를 가사에 담아 불렀다. 그 아이는 "문화예술이 내 마음의 도어락이었다"며 학교 폭력에 대한 정신 치유에 문화예술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년층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도 많이 하는데 소개해달라.
▶시니어계층을 베이비부머 세대, 젊은 노년층 등 세분화해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꿈다락 문화예술학교'에선 젊은 노인을 뜻하는 '욜드(YOLD)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했다. 노인을 '새 어른'으로 명명하고, 이들의 기억과 삶의 터전을 기반으로 직접 연극을 제작하고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새어른의 연극'을 만들었다. 이런 기획사업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다.

-새해 계획은.
▶문화예술교육은 삶의 부수적 요소가 아닌 필수 요소다. 이에 따라 전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하고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 '누구나, 더 가까이, 더 깊게' 누리는 K-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 대표 사업인 '꿈시리즈'는 더 확대해 '꿈의 극단' 등으로 장르를 넓혀갈 것이다. 중요도가 높아지는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올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수목원 연계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디지털 전환과 신기술 접목 등에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겠다.

◇약력 △서울 출생(1965년) △서울대 미술 학사 △미국 시카고예술대 미술학 석사 △서울대 도시공학 박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 및 집행위원 △제28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 △제2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제3~4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제1기 문화도시심의위원회 위원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이 1일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박은실) 주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 개막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문체부와 교육진흥원은 오늘부터 12월 1일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 지역 곳곳의 문화예술 공간에서 2023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는 첫 대규모 전국 행사로 개최되며 문체부가 발표한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 정책방향에 맞추어 '누구나 문화예술을 더 가까이, 더 깊게'라는 슬로건 아래 문화예술향유자 관점의 문화예술교육 전환과 미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활성화를 핵심 주제로 기획됐다. 2023.11.01.

정리=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대담=최석환 정책사회부장 겸 문화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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