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1년 내내 왜 이래…이상기후 현실로[2023결산]
전국 동시 폭염특보…3년 만에 엘니뇨에 한겨울 낮기온 22도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1년 내내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 강남 등 중부권을 덮쳤던 폭우는 올해 충청권에 퍼부었다. 한달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다. 태풍은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를 종단했고, 겨울철의 낮 기온은 한때 20도를 웃돌다가 며칠 만에 강추위가 찾아왔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 같은 '이상한 날씨’는 지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빠르고 정밀한 예보를 위해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올해는 극단적인 날씨가 봄부터 겨울까지 빈번했다.
지난 1~2월에는 남부지방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무(無)강수일’이 71일(대구) 이어지는 등 기상관측사상 최장 가뭄이 올해 초까지 이어지며 환경부는 지역별 '물 공급망’을 잇고, 지자체와 '절수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응을 벌였다. 3월 강수일수는 평균 3.6일로, 평년(7.9일)의 절반밖에 안 되는 등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가뭄은 여름철(6~8월) 폭우와 함께 막을 내렸다. 당초 올해도 계속 가물 수 있다는 예측이 있었으나 폭우가 내리면서 가문 날씨가 가셨다. 여름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1018.5㎜로 평년(727.3㎜)보다 300㎜가량 많았고, 1973년 이래 역대 5번째로 많았다.
한꺼번에 내린 비가 특히 문제였다. 6월24일 시작한 장마는 전라권에 845.6㎜를 뿌려 기존 장마철 폭우 기록(2009년 633.8㎜)을 갈아치웠다. 전국 누적 강수량은 648.7㎜로,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3번째였다.
올해는 1시간 누적강수량이 50㎜ 이상이며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 1시간 강수량이 72㎜ 이상인 '극한호우’에 따른 재난문자 직접발송이 수도권에 시범 도입됐다. 극한호우급 폭우는 7월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에서 처음 관측됐다. 전북 익산 등에도 극한호우가 내렸으나 시범 지역이 아니라 문자가 발송되지는 않았다.
폭우로 올해는 충북 청주 오송읍의 궁평제2지하차도가 잠겼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내리며 미호강 수위가 높아지며 제방 둑이 터졌고, 지하차도에 빗물이 쏟아지며 터널이 완전침수돼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폭우 뒤에는 무더운 날씨가 나타났다.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해제되기를 반복하다가 8월 초에는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동시 폭염 특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관측사상 2번째로 '6월 열대야’가 발생했고, 강릉에는 8월에 이틀 연속 초열대야가 기록됐다.
여름철 발생한 10개 태풍 가운데 제6호 카눈이 한반도를 덮쳤다. 통영 인근으로 상륙한 뒤 약 15시간 동안 남한을 종단했다. 상륙한 태풍이 한반도 중앙을 관통한 것은 관측 사상 처음이었다.
카눈 상륙 당시 속초에는 하루에 368.7㎜의 비가 퍼부으며 역대 일 강수량 1위 기록을 경신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3년 만에 찾아온 엘니뇨 영향으로 가을·겨울철이 평균적으로 따뜻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했다.
가을철 기온은 평균 15.1도로, 1973년 이래 3번째로 높았다. 올 가을철 해수면 온도는 21.6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울릉도(22.1도)와 거문도(22.2도), 거제도(22.7도), 마라도(24.5도) 등에서 가을철 최고 해수면 온도가 경신됐다.
가을·겨울철 날씨가 포근한 것은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날 수 있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생태계에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따뜻한 날씨로 개나리가 피기도 했다. 제주의 낮 기온은 22.2도, 경주는 20.9도까지 올라가면서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해 봄날씨 같았다.
관측 기록을 깨는 '이상한 날씨'는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3월 낸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서 2040년 내 지구 평균기온 상승 '마지노선’이라 불리던 1.5도에 도달하면서 온난화로 인한 사건·사고가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끝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 마련 등을 논의했으나 국가별 기여도 등을 놓고 갈등만 지속되며 중지를 못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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