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우리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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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고작 며칠도 남지 않았다.
새 달력을 준비하는 마음이 가뿐하지만은 않은 건, 연말이면 시간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시간을 허비한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다.
팀의 아버지를 비롯해 대대로 이 집안의 남자들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두운 곳에서 두 주먹을 꼭 쥐고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특정한 시공간을 생각하면 시간여행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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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고작 며칠도 남지 않았다. 새 달력을 준비하는 마음이 가뿐하지만은 않은 건, 연말이면 시간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시간을 허비한 죄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다. 다행인 것은 개미가 되고 싶은 베짱이들이 이 세상에는 나 말고도 많다는 것이며 그래서인지 시간에 관한 이야기는 세월을 불문하고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랑받는다는 것이다.
‘러브 액츄얼리’를 만든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어바웃 타임’은 시간여행을 소재로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21번째 새해를 맞이한 팀(도널 글리슨)은 아버지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 선물은 가족의 비밀에 관한 것이자 자신의 숨겨진 능력에 관한 것이다. 팀의 아버지를 비롯해 대대로 이 집안의 남자들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두운 곳에서 두 주먹을 꼭 쥐고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특정한 시공간을 생각하면 시간여행이 이루어진다. 팀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빠는 이 능력을 어떻게 쓰셨어요?” “나는 수도 없이 책을 읽었지. 너는 이 능력을 어떻게 쓰고 싶니?” “돈 버는 게 정답 같아요.” “그건 은총이자 저주지. 네가 정말 원하는 삶을 위해 이 능력을 쓰는 게 좋아.” 팀은 이 초능력을 사랑을 위해 쓰기로 한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소중한 만남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다고 해서 사랑이 저절로 이루어질리는 만무하다. 첫사랑에 실패한 팀은 영국 런던에서 신참 변호사로 일하며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물론 이 아름다운 연인에게도 인생의 풍파는 어김없이 닥친다. 사랑하는 가족의 방황을 지켜봐야 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도 바라봐야 한다.
아무리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도 바로잡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모든 삶에는 마지막이 존재한다. 거스를 수 없는 이 거대한 운명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해답은 이 영화의 백미인 후반부에 있다. 팀은 평범한 어느 하루를 한번 더 살아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바쁘고 피곤했던 어느 하루를 한번 더 반복해서 살 때, 어제는 놓치고 지나갔던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시간 반복 로맨스물의 고전 ‘사랑의 블랙홀’도 내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이야기한다. ‘사랑의 블랙홀’의 주인공 필(빌 머레이)은 매사 불평불만이 많은 냉소적인 기상예보관인데,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면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똑같은 하루’의 저주에서 풀려난다. ‘어바웃 타임’과 ‘사랑의 블랙홀’은 모두 시간여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 평범한 현실에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새해를 맞아야 할까.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대사는 이렇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멋진 여행을 즐기는 것뿐이다.”
이주현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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