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뛰어본 사람이 ‘잘’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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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법을 안다고 하던가.
농업에서는 도전해본 사람이 제대로 도전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자세가 돋보였다.
지난 한해가 너무 아프게 넘어진 기억이 아니길, 그리고 다가온 새해는 농가의 도전이 빛을 볼 수 있는 한해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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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법을 안다고 하던가. 농업에서는 도전해본 사람이 제대로 도전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올 한해 제주에서 경남으로, 전북에서 강원으로 종횡무진 발자국을 찍었다. ‘디지털농민신문’의 프리미엄 콘텐츠 ‘고수의 N계명’을 취재하면서다. 4월4일부터 현재까지 전국 영농 고수 36명을 찾아가 농사 비결을 들어왔다. 신입 기자로서 영농 경력이 수십년에 달하는 ‘농업 거목’의 현장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고수들은 승부사였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자세가 돋보였다. 경남 김해에서 알로에를 재배하는 허병문씨는 2002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루사’ 탓에 4만9587㎡(1만5000평) 시설하우스가 모조리 잠기는 피해를 봤다. 그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모색했다. 알로에를 다시 심고 체험형 농장으로 탈바꿈했다. 정식할 때 심는 거리(재식거리)를 이전보다 두배 늘려 수확량은 줄었지만, 체험객이 농장을 구경하기 쉽게 만들었다.
때로는 변화보다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게 도전일 때도 있다. 최석용씨는 김해에서 산딸기로 와인을 담근다. 2016년부터 국비·지방비 200억원이 투여된 와인동굴도 위탁받아 운영했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와인동굴은 매년 관광객 10만명을 유치하는 관광 명소였지만, 2020년 관광객수는 거짓말처럼 ‘0’이었다. 고비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손님의 발길이 뜸한 틈을 타 ‘열차카페’를 새로 단장하는 등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현재는 코로나 이전 관광객수를 회복했다. 내년에는 국비·지방비 50억원을 지원받아 와인저장고를 150m 추가 확장한다.
하지만 도전이 늘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올여름 폭우·폭염이 반복돼 열과·낙과 피해가 심했던 제주 서귀포에선 2013년 노지 스마트팜을 선도적으로 도입한 ‘감귤 명인’ 김종우씨가 피해과를 솎아내고 있었다.
김씨는 온도·습도·풍량 등 생육 데이터를 관리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한다. 떨어진 열매를 함께 주우며 건넨 “피해를 막지 못한 현실이 속상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말했다.
“무언갈 시도해봤으니 실패한 줄 아는 것이죠. 도전하고 실패해봐야 요령껏 넘어질 줄도 알게 됩니다.”
폭우·폭염 등으로 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제1종 법정 가축전염병이 4종이나 발생한 한해를 보냈다. 지난 한해가 너무 아프게 넘어진 기억이 아니길, 그리고 다가온 새해는 농가의 도전이 빛을 볼 수 있는 한해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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