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살게 집 빼달라?…대법 "집주인이 실거주 증명해야"
주거상황·전학·이사준비 여부 등 '불명확' 이유
계약갱신요구 거절 '거주의사 증명책임' 첫 판례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거주 의사에 대한 증명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집주인의 설명이 오락가락해 신뢰가 훼손됐다면 적법한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파트 주인 A씨가 세입자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사건에 대해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7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실제 거주 사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A씨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주택임대차 갱신요구권에 대한 판단을 내놓은 것은 2020년 7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이 시행된 지 3년여만에 처음이다.
A씨는 2019년 1월21일 임차인 B씨에게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2019년 3월8일부터 2021년 3월8일까지 빌려주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임대차 계약 만료일을 3개월여 앞둔 2020년 12월22일 B씨는 A씨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지만 A씨는 열흘여 뒤인 2021년 1월4일 "코로나 사태로 사업이 어려워져 다른 아파트를 팔고 빌려준 아파트에 들어가 살려고 한다"며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임대인 또는 임대인의 직계 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세입자 B씨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자 A씨는 다시 노부모를 거주하게 할 계획이라며 집을 비우라고 소송을 냈다. B씨는 집주인 A씨가 처음에는 직계 가족이 들어와서 산다고 했다가 소송을 제기한 뒤 노부모 거주로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실거주에 따른 계약갱신 거부 조항을 악용해 거짓으로 부당하게 갱신거절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A씨는 적법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실거주 주체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이 갱신 거절이 돌연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단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할 책임이 집주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실거주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임대인의 주거상황 △임대인이나 직계 존·비속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거주의사 가지게 된 경위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 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런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해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등을 제시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기준으로 봤을 때, A 씨는 실제 거주자에 대해 말을 바꾼 것에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 아파트 외에도 인근에 다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들이 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전학·이사를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가 근처 병원 진료를 위해 이 아파트에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해당 병원에서 1년에 1∼5차례 통원진료를 받았다는 외래진료확인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거주를 이유로 한 임대인의 갱신거절에 대해 임차인이 '실거주 의사가 없음에도 갱신을 거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소송에서 임대인에게 실거주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문제가 됐고 하급심 재판실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며 "이 판결은 증명책임의 소재, 실거주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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