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조현범 회장에게 남은 숙제

이태성 기자 2023. 12. 2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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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회삿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그룹 회장이 이같은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 자체가 회사에 부담이다.

만일 조 회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조 회장 스스로 분쟁 후 받아 든 숙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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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42.03%)과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 등의 도움으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형제들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기준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은 47.22%였다.

50%에 육박한 지분이면 경영에 불안함은 없다고 봐야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리스크의 핵심은 조 회장이다. 조 회장은 현재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본인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회삿돈을 사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그룹 회장이 이같은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 자체가 회사에 부담이다. 이사회 역시 조 회장의 비정상적인 경영 행위를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일 조 회장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남매간 사이는 이번 분쟁으로 더 악화됐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81%) 뿐만 아니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마저 경영권 분쟁에 참여하면서 남매들 모두가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이들 중 누군가가 또 다른 사모펀드와 손잡고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 경쟁에서 불거진 또 다른 사법 리스크도 있다. 지난 11월 20일 1만2840원이었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전날인 12월 4일 1만6820원으로 30.1% 뛰었고 공개매수 발표 이후 폭등했다. 금융당국은 공개매수 발표 전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자본 시장 교란 의혹이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MBK파트너스와 조 회장 측 모두가 주가상승이 이상하다고 조사를 요청한 상태인데, 여기서 조 회장 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2차 형제의난은 끝났지만 MBK파트너스가 명분으로 삼았던 문제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의 사법 리스크, 기업지배구조, 이사회의 독립성, 남매간 분쟁 등은 이후에도 조 회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뒤에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것은 추가적인 분쟁 가능성을 분명하게 예고하고 있다. 조 회장이 이번 승리에 마음을 놓으면 안되는 이유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핵심은 국내 1위, 세계 6위의 타이어업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인 지금, 오너의 리더십과 합리적인 투자 결정이 그룹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내놓으며 상대적으로 적응을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조 회장 스스로 분쟁 후 받아 든 숙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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