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진 ‘바벤하이머’, AI 교황 롱패딩… 조선일보 국제부가 뽑은 ‘올해의 패션 10’

류재민 기자 2023. 12. 27.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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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제부 선정 2023년 글로벌 패션 10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이미지로만 남는다. 당시 주인공의 옷 색깔은 무엇이고, 헤어스타일은 어땠는지가 기억을 좌우한다. 올 한 해 세계를 뒤흔든 수많은 사건 중 패션으로 기억될 장면 열 가지를 꼽았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선정한 ‘2023년의 패션 10′이다.

올해 여름 트위터 등 미국 소셜미디어에 급속도로 퍼진 '바벤하이머' 밈 관련 사진. 왼쪽은 영화 '바비'의 주인공 역 마고 로비의 핑크빛으로 가득한 이미지, 오른쪽은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역 킬리언 머피가 중절모를 쓰고 있는 모습./트위터

◇1. 핑크·중절모의 ‘바벤하이머’ 조합

7월 미국에서 동시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두 제목을 합친 ‘바벤하이머’라는 합성어가 인기를 끌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들의 상반된 패션 스타일은 두 영화를 엉뚱하게 하나로 묶는 영화 팬들의 재미를 자극했다. ‘바비 인형’을 상징하는 핑크 패션과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 극단적으로 여성적이고 남성적인 두 패션이 여름 내내 세계 곳곳을 장식했다.

올해 초 소셜미디어에 교황이 흰색 발렌시아가 롱패딩을 입고 있는 사진이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는 AI(인공지능)이 만든 '가짜' 이미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트위터

◇2. 어쩐지 너무 힙했던 교황의 ‘AI 롱패딩’

20·30대가 좋아하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흰 롱패딩(긴 패딩 점퍼)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이 올해 초 인터넷에 돌았다. 너무 힙하다(자유롭고 멋지다) 싶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교황의 모습은 아니나 다를까 AI(인공지능)가 만든 가짜였다. 허위 이미지 논란과 별개로, 성스러운 분위기와 세속적인 멋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이 사진 덕에 ‘AI 교황’이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영국 왕실 행사의 '신 스틸러' 루이 왕자/로이터 뉴스1·AP 연합뉴스

◇3. 국왕보다 눈길 끈 ‘귀염 시크’ 루이 왕자

5월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 때 귀여운 다섯 살 꼬마 손자 루이 왕자가 주인공인 할아버지에게 쏟아져야 할 관객의 시선을 훔쳤다. 환호가 너무 시끄러웠는지 두 귀를 막고, 하품을 하는 등 엄숙한 왕실 행사 때마다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웃음을 더했다. 국왕 손자로서의 품위에 솔직함까지 더한 루이 왕자의 스타일이 성장과 함께 어떻게 진화할지가 왕실 팬들의 최대 관심사다.

E 진 캐럴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상대 성폭력 손배소 법정 패션. /AP, 뉴욕타임스

◇4. 트럼프 ‘저격’ E. 진 캐럴의 법정 패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성폭력·명예훼손 민사소송에서 승리한 E. 진 캐럴은 정치 거물인 상대방에게 패션으로도 ‘한 방’ 먹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4월 말부터 2주간 뉴욕 법정에 여덟 번 출석했는데 패션쇼를 하듯 매번 다른 옷을 입었다. 성범죄 피해자로 법정에 나가는 편치 못할 상황에서도 우아함과 당당함을 뽐낸 패션으로 찬사를 받았다.

"마흔 같아 보입니까?" - 지난 9월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미 델라웨어주(州) 러호버스 해변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5. 수상한 ‘젊음 과시’, 바이든 쇼트팬츠

81세 대통령의 쇼트팬츠(짧은 반바지) 차림을 보게 될 줄 누가 상상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말실수를 이어가며 ‘치매 논란’까지 일자, 백악관은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며 손을 흔드는 바이든의 사진을 올해 여러 차례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요즘 여든 살은 새로운 마흔 살(80 is the new 40)”이라는 말을 설파했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 위한 대안(AfD)’ 공동 대표/로이터 뉴스1

◇6. 獨 극우 보수 레즈비언의 ‘칼정장’

독일에서 최근 급부상 중인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투자은행 출신 경제 엘리트인 그가 공개적인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극우’라는 정체성과 다소 이질적이다. 질끈 묶은 머리, 셔츠 단추 하나를 푼 칼 같은 정장, 여기에 맞춰 신는 눈부신 흰 스니커스 같은 그의 패션이 ‘의외적 보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월 미국 프로축구 인터 마이애미의 홈 경기장 'DVR PNK'에서 리오넬 메시가 2023년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7. 메시의 마이애미, 핑크로 물들다

축구에 무심했던 미국인들도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에겐 투항했다. 미국인들의 관심 밖이었던 메시가 지난 7월 미 프로 축구팀 ‘인터 마이애미’에 입단하자, 미국인들은 흔쾌히 메시에게 마이클 조던(농구)· 톰 브래디(미식축구) 등에게만 허락된 ‘스포츠 성인(聖人)’ 자리를 허락했다. 한때 매가리 없다고 여겨졌던 마이애미의 핑크 유니폼은 품절됐고 분홍 원단이 동나기도 했다.

배우-작가 파업에 참여한 할리우드 스타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콜린 패럴, 제시카 차스테인, 대니얼 래드클리프, 아리안 모아이드/X(옛 트위터)

◇8.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업 패션’

미국 할리우드에선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배우·작가들이 ‘AI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저 세상 사람’ 같았던 톱스타들이 길거리로 나와 노동자임을 자처하며 시위를 벌였다.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 야구 모자, 뻣뻣하고 질긴 소재로 만든 ‘워크 재킷’, 민소매 티셔츠 등을 멋들어지게 소화해 시위장이 ‘레드 카펫’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생방송 인터뷰에서 연금개혁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인터뷰 내용보다 왼쪽 손목에 걸린 시계가 화제가 됐다. /AFP 연합뉴스

◇9. “연금 개혁” 외친 마크롱, ‘1억 논란’ 손목시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기 없는 연금 개혁을 위해 대국민 설득을 하겠다고 지난 3월 방송에 출연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라며 책상을 내려쳤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의 손목에서 반짝이는 시계에 더 주목했다. 중간에 이를 몰래 풀어 더 화제가 됐다. ‘벨앤드로스’ 시계 가격이 1억원이란 설도 돌았는데, 프랑스 대통령실은 230만~460만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왜 풀었을까?

지난 10월 아르헨티나 살타주에서 하비에르 밀레이가 카퍼레이드 중 전기톱을 꺼내들며 지지자들에게 보조금 축소 공약을 약속하고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선거캠프

◇10. 아르헨 밀레이 대통령의 ‘조폭 패션’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가죽 점퍼를 입고 전기톱을 들고 유세 다니며 조폭(조직폭력배) 두목 같은 스타일을 구사했다. 기성 정치인들을 조롱하고 공격한 그는 과격한 언행뿐 아니라 패션마저도 TPO(시간·장소·경우)와 맞는 게 하나도 없었고, 머리는 며칠 안 감아 ‘새 둥지’ 같았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 질린 유권자들은 밀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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