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파크에 숨어있는 ‘시크릿 트리’의 정체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3. 12. 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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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헌의 What’s up 뉴욕]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 파크에 있는 시크릿 트리. 23일(현지 시각)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트리에 걸린 작은 기념물을 보고 있다. /윤주헌 특파원

“우리가 다시 함께 산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너는 영원히 내 마음에 함께 있을 거야. 엄마가.”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나무에 누군가 손으로 꾹꾹 눌러 세상을 떠난 반려견에게 쓴 편지가 코팅된 채 수백 개의 장식물들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연간 6000만명이 찾는 이 공원의 나무 한 그루는 해마다 11월 추수감사절이 끝난 뒤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크리스마스트리로 변신한다.

정확한 안내판도 없고, 인터넷에서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시크릿 트리(Secret Tree·비밀의 나무)’로 불리지만, 존재를 아는 소수의 뉴요커들은 “뉴욕의 찐 크리스마스트리”라고 추켜세운다.

매년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나무에는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에게 쓴 작은 편지나 추억이 깃든 기념품이 매달리면서 트리의 등장을 알린다. ‘시크릿 트리’의 등장은 3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캐스팅 일을 하던 제이슨 레독이라는 사람이 늦가을 어느 날 반려견과 공원 산책 중 나무에 강아지용 장난감이 달려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달았다.

이후 다른 사람들도 나무에 반려동물 사진과 장식을 달면서 크리스마스트리로 바꿔 놓았다. 이를 계기로 해마다 반려동물과의 애틋한 추억으로 장식하는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트리를 장식하는 사람들 간 인연이 맺어지면서 전담하는 관리자 역할도 인수인계돼 왔다. 1월 초가 되면 관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편지와 장식물을 떼어가 평범한 나무로 돌아간다.

트리를 가꾸고 돌보는 소수의 뉴요커들 사이엔 철칙이 있다. 사람들이 몰려와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트리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은 최대 금기다. 이날 센트럴파크 방문자 센터 직원 두 명에게 ‘시크릿 트리’의 위치를 물었는데, 하나같이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다” “이런 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해 찾는 데 5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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