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위원장, ‘초현실적 민주당’ 못지않은 정부·여당 직시해야 성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취임식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위원장은 “오직 동료 시민과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불출마 선언부터 한 것은 기존 정치권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는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우선”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민후사”라고도 했다. 정치권의 구태에 환멸을 느껴온 국민 입장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품게도 한다.
한 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사람만 공천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약속을 어기면 출당시키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국회의원들의 도를 넘은 각종 특혜를 없애는 것이 정치 혁신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불체포특권뿐 아니라 180여 가지에 달한다는 의원들의 수많은 특권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답을 내놔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위원장은 “중대 범죄가 법에 따라 처벌받는 걸 막는 게 지상 목표인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다수 의석을 가지고 이 대표 방탄에만 몰두하며 정략적 입법 폭주를 일삼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그런 민주당을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함께 반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왜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것은 국민이 민주당 못지않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문제를 심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문제가 뭔지 국민도 알고 한 위원장도 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초현실적’이라고 했지만, 대통령 임기 1년 반 만에 여당 대표 2명이 쫓겨나 세 번째 비대위가 출범하고, 대통령 부인 특검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된 것도 전례 없던 일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으니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특검 거부권만 행사한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사극에 나올 법한 암투는 끼어들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우리 일,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실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검사 시절과 같은 부하 관계인지, 아니면 해야 할 말은 하는 비상대책위원장인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한 위원장의 취임사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들이다.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곧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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