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중국 내 탈북민 처우 개선하라”, 한국도 목소리 내야
유엔난민기구(UNHCR)가 중국 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이들이 받는 처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보호가 필요하다 판단되는 이들이 합법적으로 중국에 거주할 수 있는 신분증과 서류를 발급하는 등 인도적 공간을 마련하라”고 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을 자제하라는 권고와 같다. 유엔난민기구가 최근 몇 년 간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침묵해온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 10월 구금 중이던 탈북자 수백명을 기습 북송한 중국의 야만적 행태에 국제사회가 공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이것이 유엔의 태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이 같은 입장을 담았다. 인권이사회는 유엔 회원국 193국의 인권 상황을 4년 6개월마다 검토하는 제도(UPR)를 운영하는데, 내년 1월 중국에 대한 UPR을 앞두고 난민 문제를 총괄하는 UNHCR의 의견을 받은 것이다. UPR은 해당국의 인권 문제를 조명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에 인권 단체들과 서방 인권 선진국들의 관심이 높다. 이번 중국 UPR을 앞두고 전 세계 인권 단체 162곳에서 중국에 탈북자 보호를 촉구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것도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UPR에서 발언권을 갖고 질의·권고를 할 수 있다. UPR 당일 허용되는 발언 시간은 1분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전 질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나라보다도 이번 UPR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나라가 한국이다. 2018년 중국에 대한 UPR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 당사국도 아닌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정부가 탈북자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탈북자는 거의 대부분 굶주리다 못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북송되면 가혹한 폭행 고문 구금을 당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다.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난민이다. 중국은 난민 규약에 가입한 나라인데도 탈북민을 강제 북송한다. 이런 반인도적, 반문명적 행태를 저지하려면 국제사회와 연대해 중국이 야만 국가란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평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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