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낮은 금리로 대출 갈아타기’ 하루빨리 주택대출로도 확대해야
신용대출자가 더 싼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정부가 지난 5월 구축한 이후 7개월 만에 10여 만명의 대출자가 2조3000억원대 신용대출을 갈아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들은 금리를 평균 1.6%포인트 낮췄고, 490억원어치 이자를 절감했다. 1인당 평균 36만원꼴이다. 전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만으로도 이자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게 바로 정부가 해야 할 민생 대책이다.
당초 정부는 연내에 대환대출 대상을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로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내년으로 미뤘다. 특정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가능성 등이 이유라 하지만 고금리에 허덕이는 취약계층 처지를 감안하면 최대한 빨리 확대 시행해야 한다.
신용대출은 1인당 평균 대출액이 1600만원 수준이지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금은 1인당 평균 대출액이 1억3000만원, 1억9900만원에 이른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액은 1018조원에 달하고, 전세대출액도 170조원에 이른다. 대환 대출을 통해 평균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내려가도 연간 12조원의 이자를 절감하고, 1인당 평균 130만~200만원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특정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 부작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은행권 총 대환대출 한도, 은행별 대환대출 한도를 각각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환대출 한도를 설정할 경우 금리 경쟁 촉진 효과가 제한되고, 가계의 대출이자 경감이란 정책 목표도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은행들은 과점 체제에 안주하면서 금리 경쟁을 회피하며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챙겨 왔다.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이자수익이 60조 원에 육박한다. 오죽하면 은행에 ‘횡재세’를 물리자는 말까지 나오겠나. 금리 경쟁 촉진을 통한 대출이자 경감이란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려면 좀 더 과감한 대환대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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