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70] 청산도 구들장논
연말 선물이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보니 쌀과 메밀, 유채 기름 그리고 돌미역 등이 곱게 포장되어 있다. 쌀과 메밀과 유채 기름은 금년에 구들장논에서 수확한 것이고, 돌미역은 청산도 갯바위에서 채취한 것이다. 지난해 약간의 후원비를 내고 구들장논 오너로 참여했더니 보내온 것이다. 구들장논은 청산도의 상징이며, 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섬 문화다.
구들장논은 비탈진 산자락에 돌담을 쌓고, 평평한 구들 모양의 돌을 놓고 위에 흙을 올려 만든다. 그래서 주민들은 ‘방독논’이라고도 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1년에 예닐곱 번 쟁기질을 해야 하고, 써레질도 두어 차례 해야 한다. 일반 벼농사 쟁기질 횟수의 두 배다. 농사를 지을 때도, 주변 산에서 풀과 나무가지를 베어 축분이나 인분을 섞어 발효시킨 퇴비로 사용했다. 매년 이렇게 반복해야 귀한 물을 붙잡고 양분을 공급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구들장논은 산림, 논, 주거지, 갯벌, 바다로 이어지는 자연 지형에 순응한 전형적인 섬마을의 경관을 보여준다. 또 통수로를 이용해 위 논과 아래 논을 잇는 관개 시스템과 수로에 서식하는 긴꼬리투구새우, 절지동물, 양서파충류 등 생물 다양성과 생태적 기능을 한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듬해 국내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다. 구들장논은 청산도의 상서리와 부흥리에 많이 분포해 있으며, 청계리와 도청리와 양지리 등에도 다수 남아 있다.
구들장논에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고령화해 휴경지가 계속 늘어나자, 구들장논보전회는 ‘오너제’를 도입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구들장논을 보전하고 있다. 오너제란 도시민의 후원을 받아 경작 활동을 안전하게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이다. 소비자가 공동 생산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구들장논보전회는 10여 년 전에 논 소유주와 관련 청산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협동조합 ‘구들장논보전두레’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보리, 메밀, 유채 등 경관 작물을 식재해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구들장논 오너가 되면 모심기, 수확, 구들장논 소풍, 청산도 여행 등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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