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회도 고기도 부드럽게~
일본인인 필자는 이전까지 한국을 방문했을 땐, 굳이 일식을 먹지 않고 한식만 먹곤 했다. 하지만 최근엔 서울의 일식이 어떤지 궁금해졌고, 가끔 일식집을 찾아가곤 한다. 그 나름대로 소문난 일식집에서 먹어 봤는데, 서울에서 살았던 10년 전과 비교해 훌륭한 일식집이 늘어서 감탄했다. 다만 일본인으로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을 때도 있다.
한번은 서울에서 인기 많은 캐주얼 일식집에서 가이센동(일본식 회덮밥)을 먹었다. 한입 먹고 크게 위화감을 느꼈다. 생선의 선도나 품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식감 때문이었다. 덮밥 한 그릇 위에 활어와 선어가 섞여 있어서 일본에선 먹어본 적 없는 묘한 식감이 느껴졌다.
일본에선 대부분 바로 잡은 활어회가 아닌 잘 숙성시켜 적당히 부드러운 선어회를 먹는다. 흰 살 생선이나 등 푸른 생선까지 참치 뱃살처럼 부드러워지진 않지만, 그래도 한국의 활어처럼 쫄깃한 식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한국식 회덮밥이나 산낙지처럼 쫄깃한 식감이 매력인 요리는 활어로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일본식 가이센동이나 스시가 잘 숙성돼 있지 않으면, 일본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생선 품질보다 식감 면에서 아직 한국의 일식집이 개선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고기를 먹을 때도 “부드러워서 맛있다”고 할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한다. 밥도 점도 높게 품종을 개발하고, 부드럽게 갓 지은 밥을 좋아한다. 계란말이나 오므라이스도 일부러 입에서 살살 녹게 만든다. 일본 편의점에서는 녹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 ‘도로리(とろ〜り)’ ‘도로케루(とろける)’가 붙은 상품이 많이 보인다. ‘도로케루’는 참치 뱃살을 뜻하는 ‘도로(とろ)’의 어원이기도 하다.
맛뿐 아니라 식감도 요리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활어와 일본의 선어를 나누어 쓰긴 했지만, 물론 한국에서도 정통 오마카세 스시집이나 가이세키 요릿집에 가면 일본처럼 잘 숙성시킨 부드러운 선어가 나온다. 씹는 식감에 익숙한 한국 사람이라면 일본식의 부드러운 선어나 고기를 먹을 때 1%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일식의 참맛이라는 걸 알고 부드러운 식감을 즐겨보면 좋겠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자봉지·음료 빨대까지...친환경 시대 캐시카우로 떠오른 ‘썩는 플라스틱’
- 남양유업, 3분기 영업익∙당기순익 ‘흑자전환’ 성공
- [속보] 삼성전자, 1614일 만에 ‘4만전자’... 시총도 300조 붕괴
- 욕망 자극하는 쇼핑 대신, 정신적 위로·공감은 어떨까
- ‘개미’는 모여봤자 ‘개미’일 뿐이라고?...대세의 힘은 강하다
- ‘불닭’ 업은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년 대비 101%↑... 해외 매출이 78%
- ‘양자컴퓨팅과 노화’ 2024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열려
- 美 대선 끝나고 금값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 전공의 “올 게 왔다”...국방부, 사직 전공의 3480명에 ‘입영 희망 시기’ 조사
- ‘희소성 전략’ 페라리...괴물 수퍼카 ‘F80′ 799대만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