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퀸에서 스릴러 퀸으로… 장나라 “장면마다 변하는 배역, 영혼 갈아넣었다”

최보윤 기자 2023. 12.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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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첫방송 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 주연 장나라
TV조선 새 주말 미니시리즈 ‘나의 해피엔드’ 주인공 서재원 역을 맡은 배우 장나라. 장나라는 “‘독보적인 배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오는 길에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은 장나라는 상대에게 배신당하는 역할에 맞는 서늘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박상훈 기자

“우리가 흔히 ‘일상’이라고 말하는 삶의 궤적이 있잖아요. 학교 가고, 직장 다니고, 가족과 밥 먹고, 친구 만나 맥주 한잔 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평범해 보이지만 이런 보통의 시간이 우리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거든요. 그 일상이 습격받았을 때, 인간의 삶이 어떻게 통째로 흔들리고 변화하는지를 담아내면서 이 드라마가 시작됩니다. 극화했지만 실사(實寫) 같은 인생 단면이라 할까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30일 토요일 저녁 9시 10분 처음 방송될 TV조선 새 주말 미니시리즈 ‘나의 해피엔드’ 주인공을 맡은 배우 장나라(42)는 “드라마 서너 편을 찍은 것 같은 에너지와 체력을 이 한 편에 모두 쏟아 넣었다”면서 “평소 좋아하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만큼 제 배우 인생에 또 다른 도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서재원 역은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가구 브랜드 대표이자 소셜미디어 백만 팔로어를 보유한 자수성가 CEO. 그녀가 성공의 원동력이라 믿었던 남편 허순영(손호준)을 비롯한 친구, 동료들과 계부 등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요동치는 심리를 촘촘히 그려낸다.

TV조선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장나라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장면과 대본량에, 장면마다 감정 변화가 극심한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이 드라마만큼 ‘영혼을 갈아넣었다’는 표현에 어울리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 촬영을 4월 21일에 시작했거든요. 제가 평생 시작 날짜까지 기억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만큼 절대 잊을 수 없는 첫 촬영이었어요. 이번 드라마 촬영하면서 의상도 200벌 넘게 준비한 터라 이동하는 차 안이 옷으로 가득해 제가 뒷자리에서 다리를 제대로 뻗을 수조차 없더라고요. (웃음)”

한때 행복했던 남편(손호준)과의 한 장면. /TV조선

드라마 ‘나의 해피엔드’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에서 감각적인 연출과 독특한 미장센으로 작품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았던 조수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장나라와 남편 역 손호준, 동료 소이현, 계부 역할 김홍파, 보험조사관 박호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한다.

2001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시트콤을 통해 연기자로 이름을 알린 장나라는 올해 23년 차 베테랑 배우다. 장난기 어린 커다란 눈과 작고 순한 얼굴로 ‘로코(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정극 배우로도 거듭나며 이제는 ‘시청률의 여왕’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부부로 만난 배우 손호준과 호흡을 맞췄던 ‘고백부부’(2017)에서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나라는 이후 ‘황후의 품격’ ‘VIP’ ‘오 마이 베이비’ ‘대박부동산’ 등에서 커리어 우먼부터 싱글맘, 퇴마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냈다.

장나라는 “불안과 좌절, 의구심으로 뭉친 심리적 풍파를 겪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번엔 역할을 이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면서 “매 장면 ‘새로운 장나라’를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저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대단히 높은 사람이거든요.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맛있는 디저트 사진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정말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이 너무 큰 불행에 닥친 주인공을 연기하려니 그 차이가 정말 컸습니다. 다행인 건 지금 일상이 너무 만족스러워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거에요. 혹시 일할 때 그런 일 없으신가요? 전 일상이 무너질 때 제 연기에도 그 고뇌가 묻어나 몰입이 어려워지더라고요.”

SBS 드라마 ‘VIP’(2019)를 촬영하면서 만난 6세 연하 촬영 감독과 지난해 결혼한 장나라는 “지금 가정이 탄탄한 게 불행한 역할도 해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 이야기에 어느새 얼굴이 발그레해지더니 아기 같은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대형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편 사진을 보여준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이었다. “진짜 멋지죠. 제가 봐도 너무 멋있어요. 특히 이렇게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정말 멋있어요.” 사랑꽃이 몽글몽글 피어난 듯한 그 얼굴에서 드라마 속 피폐해진 모습으로 오열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런 대조가 그녀를 ‘배우 장나라’로 자리매김하게 한 원동력인 것 같았다.

배우 장나라가 생각하는 인생의 ‘해피엔드’란 무엇일까. “’괜찮은 사람이었다’라고 말하고 눈감을 수 있는 것? 목표한 바를 끝까지 놓지 않고 갈 의지가 주어진다는 것만 해도 잘 살아내는 것 아닐까요. 우선은 ‘나의 해피엔드’를 많은 분께서 시청해주시는 게 목표예요! 저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든 작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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