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 본 ‘레미제라블’ 작사가 “한국말 운율 특히 아름다워”
“저는 뮤지컬 ‘캣츠’의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입니다. 당신을 만나러 파리로 가도 될까요?”
1983년 프랑스 파리, 뮤지컬 ‘프랑스 혁명’ 이후 다음 작품을 구상 중이던 당시 마흔두 살의 작사가 알랭 부블리(82)는 영국 런던에서 걸려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그땐 ‘캣츠’도 몰랐고, 전화한 프로듀서가 누군지는 더 몰랐죠. 나중에 캐머런이 ‘프랑스 혁명’의 CD를 듣자마자 ‘내 인생 최고의 쇼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에 맞춰 최근 방한한 작사가 부블리를 만났을 때, 그는 “그날 파리에도 오늘 서울처럼 비가 왔었다”며 웃었다. 이후 사상 최고의 흥행작 ‘오페라의 유령’(1986)을 만들며 뮤지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 매킨토시는 부블리와 함께 ‘미스 사이공’(1989)도 제작한다.
기적 같은 인연이었다. “1978년 런던에서 찰스 디킨스 원작의 뮤지컬 ‘올리버!’를 봤어요.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도 뮤지컬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죠. 내 뇌의 반쪽이 공연을 보는 동안, 다른 반쪽은 내내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상상하고 있었어요.” 부블리는 “알고 보니 ‘올리버!’도 캐머런이 제작했더라. 우린 서로의 작품에서 불현듯 깨달음(epiphany)의 순간을 공유했던 것”이라고 했다. 1985년 런던 바비컨 센터에서 개막한 ‘레미제라블’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53국 22개 언어로 공연돼 누적 관객은 약 1억3000만명에 달한다.
부블리는 “레미제라블이 걸작이 된 것은 위고의 천재성 덕분”이라고 했다. “누구나 주변에 고지식한 자베르가, 배신당한 판틴이 있죠.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보편적 인간 유형과 정서를 찾아냈기에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것 아닐까요.”
이번 한국 공연엔 ‘장발장’ 최재림·민우혁, ‘자베르 경감’ 김우형·카이 등 베테랑 배우들이 서고 있다. 부블리는 “다른 언어 공연 대부분에 관여했지만, 한국말 노래는 특히 아름답다. 말하는 걸 듣거나 드라마를 봐도 여러분의 언어에선 선율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런던에서 ‘올리버!’를 볼 때 ‘레미제라블’이 꿈이었던 것처럼, 한국에서 이 작품의 한국어 공연을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조만간 제 또 다른 작품 ‘미스 사이공’이 공연되는 걸 보러 꼭 다시 오고 싶습니다.”
서울 공연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내년 3월 10일까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자봉지·음료 빨대까지...친환경 시대 캐시카우로 떠오른 ‘썩는 플라스틱’
- 남양유업, 3분기 영업익∙당기순익 ‘흑자전환’ 성공
- [속보] 삼성전자, 1614일 만에 ‘4만전자’... 시총도 300조 붕괴
- 욕망 자극하는 쇼핑 대신, 정신적 위로·공감은 어떨까
- ‘개미’는 모여봤자 ‘개미’일 뿐이라고?...대세의 힘은 강하다
- ‘불닭’ 업은 삼양식품, 영업이익 전년 대비 101%↑... 해외 매출이 78%
- ‘양자컴퓨팅과 노화’ 2024 대성해강사이언스포럼 열려
- 美 대선 끝나고 금값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 전공의 “올 게 왔다”...국방부, 사직 전공의 3480명에 ‘입영 희망 시기’ 조사
- ‘희소성 전략’ 페라리...괴물 수퍼카 ‘F80′ 799대만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