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盤面 승부
이홍렬 기자 2023. 12. 27. 03:04
16강전 제6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왕싱하오 八단 / 黑 박정환 九단 흑>
白 왕싱하오 八단 / 黑 박정환 九단 흑>
<제9보>(167~200)=중국 바둑의 최대 강점으론 압도적으로 두꺼운 선수층이 꼽힌다. 올 하반기 열린 각종 국제 대회서 중국은 매번 바뀐 진용으로 출전하고도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신진서·박정환이 부진하면 전체가 무너지곤 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게다가 중국은 유망 신인 등장 속도도 빠르다. 19세 왕싱하오는 당장 세계 제패를 해도 놀라지 않을 만큼 훌쩍 컸다.
마지막 장면을 따라가 본다. 167로 파호(破戶) 하면서 침입군을 추격했지만 168 단수를 맞고 보니 전체를 다 잡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178까지 일부 생환, 일부 포획으로 타협됐지만 이런 정도로는 벌어진 간격을 좁힐 수 없다. 179로 참고도 1을 선수할 수 없는 것도 아프다. A의 약점 탓에 4까지 백이 선수로 살아가기 때문.
이후는 흑이 돌을 거두지 못하고 두어본 것에 불과하다. 패배를 선언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데 역전될 곳은 보이지 않을 때가 가장 괴로운 순간이다. 200이 절묘한 사석 작전. 흑 ‘가’면 이하 백 ‘라’까지 부호 순으로 백 석 점을 버리고 왼쪽 백 넉 점을 구출하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반면(盤面) 승부를 피할 수 없는 형세. 마침내 박정환이 항복 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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