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의 디지털 신대륙] 당신이라면, 대한민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시총은 기업 성장 기대치… 한국은 기득권 저항, 우버·타다도 불법
진정한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닌 세계관 교체… 당신은 준비됐나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여권에서는 1973년생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현재 국회의원들의 주류를 이루는 60년대생 80년대 학번의 구세대를 대신해 70, 80, 90년대생 신세대를 대거 등용하자는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야권도 이런 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젊은 비대위원장의 출현으로 민심이 크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사람들은 과거의 이념전쟁에 매몰되어 물어뜯기만 하는 구세대 정치인들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었고 기성세대들조차 ‘이제는 좀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심의 밑바닥에서부터 거세게 올라오던 터였다. 73년생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을 반기는 것은 정치의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세대교체는 나이가 아니라 세계관의 교체다. 이미 인류는 디지털 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선택했다. 자본의 선택은 이러한 변화를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3900조원대에 안착했다. 챗GPT와의 연합으로 탄력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도 가뿐히 3600조원을 넘어섰다. 인공지능 반도체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어느새 1500조원을 넘겨 세계 6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도무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100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앞으로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시총은 그 기업에 대한 미래 성장의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시총 1위인 삼성전자가 최근의 상승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다행이지만 4000조원에 다가선 애플을 보면 왠지 아쉽다. 테슬라의 경쟁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시총은 아직 50조원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해외 자본의 투자는 많지 않은 반면 우리 청년들은 ‘서학개미’라는 이름으로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사회, 우리 기업들에 대한 미래 기대치는 낮은 반면 해외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자본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의 열풍은 이런 격차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자본의 쏠림 현상은 미래 기대치에 대한 인류의 냉정한 판단에서 비롯된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른 기업들은 하나같이 디지털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경영을 실천한 기업들이다. 디지털로 인류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집중해서 개발하고,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하고, 이들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투자한 기업들이다. 비즈니스의 방식도 달라졌다. 광고의 플랫폼을 TV에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로 이동시키고 제품의 거래도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MZ세대라고 불리는 디지털 세대들은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이 기업들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투자를 집중하는 분야도 생성형 AI, 완전 자율주행, 일하는 로봇, 핀테크 등등 자신들의 미래 비전에 꼭 맞는 기술들이다. 그러니 미래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디지털 세대들은 투자를 위한 공부를 어떻게 할까? 유튜브만 봐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 미국 금리의 영향, 주목받는 미래 기술 등 전문가의 분석과 해박한 해설이 쏟아져 나온다. 전 세계 최고의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리포트도 몇 시간이면 요약되어 내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온다. 이렇게 10년 이상을 살아온 세대들이 선택할 미래가 기대되는 기업들은 명확하다. 어려서부터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유튜브를 보고, 커서는 넷플릭스를 보며 세계를 손안에서 아우르는 세대에게 국경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의 세계관은 국경 없는 디지털 신대륙이 중심이다. 디지털 기업들에 대한 자본의 쏠림은 디지털 세대들의 선택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기성세대들이 쥐고 있는 기득권에 밀려 우버도 불법, 타다도 불법, 디지털 플랫폼은 약탈자라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법을 만들고 사회의 기준을 제정하는 한 우리 사회, 우리 기업들에 ‘미래가 기대된다’며 투자할 디지털 세대는 없다. 1985년생 샘 올트먼은 2015년 오픈AI를 창업해 이미 130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키워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고, 최근에는 1995년생 중국 저장성 출신 천재 소녀 궈원징이 창업 7개월 만에 4000억원짜리 AI 스타트업(피카랩스, Pika Labs)을 만들어낸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미래 산업도 그들 차지다. 디지털 세대들이 그들에게 투자할 테니까. 당신이라면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는가? 신문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온갖 규제만 가득한 이 사회에 당신의 미래를 맡기겠는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두렵다. 이미 현실이 된 인공지능이 가져 올 변화는 더더욱 두렵다. 그 두려움이 우리 사회의 약점이 된다. 그 약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선동과 편가르기를 일삼고 자기 권력 유지의 근간으로 삼는 리더들이 우리 사회를 끌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참담하다.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갖고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자고 담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세대교체는 그런 관점에서 너무나 반가운 현상이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이 문제다. 70, 80, 90년대생은 디지털 세대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더 많고 살아온 방식이 달라 세계관도 다르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야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기성세대가 기득권을 내어 놓고 기꺼이 세계관의 전환을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가? 그것이 결국 개인의 미래 기대치, 우리 사회의 미래 기대치를 결정할 것이다. 정치의 세대교체가 성공하려면 내 마음의 세계관 교체가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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