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日 오염수, 태아와 ‘슈뢰딩거 고양이’ 살리기
사람에게 유익하거나 기준치 이하라도 안전한 방사성 물질은 없다. 사람과 자연환경에 영향이 없는 유일한 방법은 인위적인 방사성 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허위 사실’이나 ‘괴담’으로 치부하거나, 건강 영향이 전혀 없다는 등의 국민을 오도하는 지나친 낙관론은 자제해야 한다. 반대로 오염수의 유해성을 과장해 당장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것처럼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지나친 낙관론과 불안감 조성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국민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방사성 핵종(물질)의 건강 영향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약 130만t 이상의 방사성 오염수를 인위적으로 30년 이상 지속해서 바다에 방류하는 행위는 인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의 다양한 방사성 핵종(방사성 동위원소)이 포함돼 있다. 이런 방사성 핵종의 건강 영향은 핵종 및 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세포의 DNA 변이나 손상을 유발하여 생식세포 영향으로는 생식독성 및 유전적 결함, 그리고 체세포 영향으로는 뼈암 백혈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저농도의 장기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인체나 해양생태계 영향을 검증한 연구가 거의 없어 다음 세대에 어떤 질환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피폭선량과 발현 관계에 따라 ‘결정론적 영향’과 ‘확률론적 영향’으로 구분하는데 확률론적 영향은 방사선피폭에 의하여 건강 영향을 유발할 수 있는 최저 선량인 ‘문턱값(역치)’이 없어 저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유전적 결함이나 암 발생의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선형 무 역치모델(Linear no-threshold(LNT) model)을 지지하고 있다. 방사선 노출에는 성별 나이(태아 어린이) 그리고 유전적 취약계층 등 사람의 민감도에 따라 질환의 발생 양상이 달라질 수 있어 절대적으로 안전한 기준치는 없다. 방사성 오염수로부터 시작되는 건강 위협은 문턱값이 없어 다음 세대에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률론적 영향의 예로 ‘임신과 의료 방사선’에 관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CRP) 보고서에 의하면 임신 중 안전한 범위 내에서 치료나 진단 목적의 검사 외에 방사선 촬영을 권고하지 않는 이유는 태내 방사선 조사에 의하여 복구되지 않거나 잘못 복구된 DNA 손상으로 백혈병 암 그리고 잠재적인 유전적 영향은 저선량이라도 문턱값 없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농도의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과 의료용 방사선 검사는 안전한 문턱값이 없어 유전자 결함이나 암 발병의 확률적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태아의 건강을 위하여 산모에게 방사선 노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의료진은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위해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물질 노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학자는 없으며 안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
양자역학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하는 예시 중의 하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실험이 있다. 밀폐된 상자 안에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 가이거 계수관이 감지해 계수관에 연결된 망치가 시안화수소(HCN)산이 들어있는 병을 깨트리면 고양이는 죽을 수 있다. 안을 전혀 볼 수 없는 밀폐된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다. ‘슈뢰딩거 고양이’의 사고실험은 방사성 물질의 붕괴만 없었다면 고양이가 살아 있는 것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역시 인위적인 방류만 없다면 다음 세대와 지구환경이 살아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인위적인 방사성 오염물질의 방류는 멈춰야 한다.
‘과학’이라는 말을 내세워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진실은 무엇일까.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절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와 죠지 버나드 쇼의 “과학은 항상 잘못을 저지른다”는 말처럼 과학이 만능은 아니며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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