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보세요, 잊히면 안 될 ‘낙오된 이미지’

하송이 기자 2023. 12.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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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기도 하고, 미디어 아트 같기도 하다.

46분짜리 영상 '기억의 습작'은 지난 2020년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념전에 참여하며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부모 동생 친구 군대선후임 역술인 등 주변인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 차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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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혐오·차별에 맞선 영상 작품, 정현준 첫 개인전 ‘유리와 동굴’展

- 다음달 7일까지 수영구 공간 힘

한편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같기도 하고, 미디어 아트 같기도 하다. 각각의 작품을 ‘점’이라고 불러야 할지 ‘편’이라고 칭해야 할지 애매하다. 부산 수영구 공간 힘에서 열리고 있는 정현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유리와 동굴’ 이야기다.

정현준 작가의 ‘프로젝트 윌’ 전시 모습. 공간 힘 제공


정현준 작가는 부울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 그리고 자신과 주변인물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삼지만 갈등 충돌 선입견 편견 등의 불편한 감정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영상과 사진을 통해 드러낸다. 많은 사람이 보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피하고 싶거나 숨겨두었던 것들이다. 강주영 공간 힘 큐레이터는 이를 ‘낙오된 이미지’라고 표현한다. 정 작가는 이를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 작품은 30분 내외의 영상물과 미디어 아트가 교차된다. 46분짜리 영상 ‘기억의 습작’은 지난 2020년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념전에 참여하며 제작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부모 동생 친구 군대선후임 역술인 등 주변인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 차를 드러낸다.

러닝타임 28분의 ‘정의훈에게’는 작가가 과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정의훈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변 인물들을 찾아가며 나눈 대화를 통해 과거 자신과 마주하고, 이를 통해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수족관’은 6개의 채널을 통해 수족관 방문객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 작품이다. 각각의 영상은 홀린 듯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대상의 표정과 시선에 집중하지만 정작 그들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대상인 수족관은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프로젝트 윌’ 역시 5개의 채널에서 풍경, 노동 장면 등 각기 다른 이미지를 짧게 반복함으로써 바라보는 대상과 그 시선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스스로를 “김해 장유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정 작가는 작품에서 김해 장유 풍경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이 지역에 거주하거나 가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풍경을 마주할지도. 전시는 다음달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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