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게 좋다” 아이들 유튜브 선호에… 넷플릭스, 전략 확 바꾼다
‘넷플릭스’ ‘HBO맥스’ 같은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유아나 초등학생 등 어린이 대상 콘텐츠 제작을 줄이고 있다. 어린이 고객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어린이들이 넷플릭스처럼 1~2시간쯤 시청해야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유튜브 ‘쇼츠’ 같은 재생 시간이 길어야 1분 이내인 숏폼(short-form)을 선호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스트리밍 업체들이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만 2~11세 미국 아동의 전체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시간 가운데 넷플릭스가 차지한 비율은 21%로 2년 전(25%)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유튜브가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29.4%에서 33%로 3.6%포인트 상승했다. 캐나다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WOW 언리미티드 미디어 공동 창립자 마이클 허시는 “최근 아이들이 긴 시간을 시청해야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프로그램이 아닌 유튜브처럼 짧은 형식의 콘텐츠에 점점 더 끌리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시간 5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시간 32분)’ 같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은 재생 시간이 길게는 2시간을 넘는다. 반면 쇼츠와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숏폼은 15~60초 수준이다. 유튜브의 경우 1분 이내면 쇼츠, 1분을 넘어가면 일반 동영상으로 분류한다.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주요 플랫폼이 TV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숏폼을 더 즐기게 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세계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와 HBO맥스(미국의 경우 ‘맥스’) 서비스 제공 업체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 콘텐츠 부문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잠재적인 미래 고객인 어린이들을 일찌감치 VIP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했고, 자녀가 있는 성인 구독자들이 어린이 대상 콘텐츠가 풍부한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자녀가 없는 가정보다 구독 해지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전략에 한몫했다.
하지만 대세가 숏폼으로 넘어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계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7년 내놓은 틱톡이 숏폼 돌풍을 일으키면서 2020년 들어 유튜브는 쇼츠를,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각각 내놓았다. 이에 넷플릭스 등은 당초 계획했던 자체 애니메이션 콘텐츠 출시를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등 숨고르기에 나섰다. 대신 ‘스카이댄스’ 등 외부 제작사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기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에 따르면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아마존(‘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제공 업체) 등 미국 8대 스트리밍 업체의 올해 상반기(1~6월) 어린이나 가족 대상 자체 콘텐츠 제작 건수는 53편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135편) 대비 60% 넘게 줄었다. 8대 업체들은 수익성 강화 등을 위해 성인 대상 콘텐츠를 포함한 전체 콘텐츠 제작 건수를 1년 전 대비 31% 줄였는데, 아동·가족물 감소폭은 두 배에 가까웠다고 WSJ는 분석했다.
콘텐츠 배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컨대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스핀마스터는 10대 소녀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유니콘 아카데미’라는 애니메이션을 지난달 넷플릭스에 선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메타버스 기반 플랫폼 로블록스에 관련 게임을 먼저 내놨다. 이어 지난 10월 시즌 영상의 절반을 유튜브에 공개한 뒤, 한 달 뒤 넷플릭스에 전체 시즌을 내보냈다. 스핀마스터의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 제러미 터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간 것”이라고 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코멜론’도 비슷한 사례다. 코코멜론 제작사인 문버그는 지난달 코코멜론의 스핀오프(파생 프로그램) 시리즈인 ‘코코멜론 레인’ 첫 번째 에피소드의 넷플릭스 공개를 1주일 앞두고 유튜브에 먼저 공개했다. 문버그는 넷플릭스와 ‘코코멜론’ 판권 계약을 맺으면서 유튜브 채널 ‘코코멜론’의 영상을 내리지 않고 계속 방영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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