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한 해를 보내며-호주머니 속의 시처럼
한 해가 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항상 반복되는 절기 같다. 꽃이 지면 새싹 돋듯 가고 오는 세상사, 끝이 없는 시작 속에 있다. 어반스케치는 도시의 모든 것을 그린다. 도시엔 도시인이 있고 도시인은 도시풍의 소지품을 지니고 있다. 오늘은 자신의 소품 그리기를 해 봤다. 어릴 적 호주머니 속이 생각났다. 나의 소년은 주머니 속에 항상 딱지치기용 딱지가 들어 있었고 가끔 알사탕과 새총이 들어 있었다.
학교 앞 구멍가게엔 문구 외에 풍선껌과 고무줄과 알사탕 박하사탕 등이 고작이었다. 수강생들의 소지품은 대부분 장갑과 손거울과 핸드크림과 필통 지갑, 화구 등이다. 직업과 취미와 성별에 따라 소지품도 다르다. 일전엔 크리스마스카드를 그려봤는데 30여년 전 학창 시절 이후 처음 그려 본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맘때쯤 방송엔 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으기가 흘러나오고 국군장병 아저씨께 쓴 위문편지와 친구와 지인에게 줄 의례적인 카드가 전부인 시절이 그려진다. 세상이 전쟁과 질병으로부터 해방됐으면 좋겠다. 임선기 시인의 호주머니 속의 시를 가슴으로 풀어 읽어 본다. “어느 하루 나는 팔레스타인의 한 시인을 본 적이 있다. 어느 날 그는 강당에서 세계시민을 향해 울고 있었다. 시를 읽으며 울고 있었다.” 송년회가 끝나고 눈 오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잠시 갈 곳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야만 영원히 기억할 그 어떤 것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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