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항일 무명의병 조례, 전국 확산 기대한다

경기일보 2023. 12.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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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민주당·수원3)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이 지난 21일 경기도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말 일제에 항거한 무명의병과 관련된 조례 제정은 전국 최초다. 국권 침탈에 맞서 싸우다가 순국한 무병의병을 발굴하고 기념하는 일을 경기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다시 되짚게 되는 만큼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황대호 의원은 “이번 조례로 특정 영웅을 중심으로 서술된 기존의 역사 인식을 성찰하며 공동체를 위해 살신성인한 무명의병을 재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는 1895년부터 1910년 국권 피탈 전후까지 일제에 맞서 싸운 의병 발굴 사업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했다. 여기엔 무명의병운동 유적지 발굴 및 기념시설물 설치, 추모 및 기념사업, 희생·공헌자의 발굴, 역사적 자료의 수집·보존·관리·전시 및 조사·연구, 교육·홍보 및 학예 활동, 경기도 한말 무명의병 지원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경기도는 내년도 사업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조례 제정과 함께 예산을 편성, 무명의병의 희생정신과 숭고한 업적을 발굴·계승·발전시키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격전지였다.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0곳 이상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그런데 경기 출신으로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도 알지 못한다.

경기일보는 지난해 8월부터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과 함께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라는 기획을 통해 무명의병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경기도가 무명의병 전수조사와 함께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에는 황대호 의원이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황 의원은 이어 조례안을 발의했고, 도의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무명의병 재조명과 기념·지원사업의 근거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조례 제정과 함께 무명의병을 발굴하고 기념·지원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출발한 무명의병 사업이 국가와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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