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세금 없이 5억원 증여하기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요즘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과거보다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2022년 기준 청년실업률(6.4%)은 전체 실업률(2.9%)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직장을 구하기보다는 아예 창업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청년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창업하고 싶어도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사업자금을 빌려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세법에서 정한 이자(연 4.6%)를 받아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무상으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에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즉, 부모가 자녀에게 10년 동안 합산해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 이상의 돈을 증여할 경우 자녀는 증여금액에 따라 10~50%의 세율로 증여세를 내야 한다. 다른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경우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이용하면 증여세를 절세하면서 부모가 자녀에게 자금을 증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녀에게 5억원을 그냥 증여할 경우 자녀는 약 776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반면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이용하면 5억원까지는 증여세 부담 없이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을 수 있다. 5억원이 넘는 창업자금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증여세 과세가액 50억원까지는 10%의 세율로 증여세를 부담하면 된다.

다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증여자인 부모는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수증자인 자녀는 18세 이상인 거주자여야 한다. 증여할 수 있는 재산은 현금이나 예금 등은 가능하지만 토지, 건물, 주식 등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재산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녀는 창업자금을 증여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창업을 해야 하고 증여받은 날부터 4년이 되는 날까지 창업자금을 모두 해당 목적에 사용해야 한다. 창업하는 업종은 제조업 등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이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임대업이나 유흥업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창업 후 10년 동안은 해당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의무도 잘 지켜야 한다. 사후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세와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이용하려면 위 요건을 충족해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서와 함께 창업자금 특례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금을 증여하더라도 5억원까지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유의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일반적인 증여는 증여받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창업자금 과세특례를 이용해 증여할 경우 10년 기간에 상관없이 증여한 금액 전부가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청년창업가들은 사업을 하고 싶어도 본인의 자금이 부족하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기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