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신당과 혁신이 국민 관심 얻으려면

2023. 12. 27. 00: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정치' 위한 구상 모호한 신당들
이도 저도 아닌 틈새 중도 전략만
국민은 '대한민국 피크론' 주목
새 국가 비전과 인물 교체 없는
정당 혁신엔 관심조차 안 둘 것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정치권이 ‘신당’과 ‘혁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내년 봄까지 신당 창당과 정당 혁신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선택받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핵심이 빠져 아쉽다.

지난 17일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새로운선택’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세번째 권력’이 공동 창당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30석 의석을 얻어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포부만 밝혔을 뿐 신당이 실현해야 할 ‘새 대한민국’이나 ‘새 정치’를 위한 구상은 모호했다. 류 의원 역시 세번째 권력 실현을 창당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4개월 남은 정의당 비례의원직도 던지지 못하는 명분으로 어떻게 30~40대를 설득하고 지지받을지 의문을 남겼다.

영국의 보수주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정당을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 원칙에 의해 공동의 노력으로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뭉친 사람의 집단”으로 정의했다. 그럼에도 새로운선택, 세번째 권력 모두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의 원칙과 국익 증진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선택할 대안도 함께할 세력도 보이지 않아 ‘제3의 대안세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개혁적 보수에서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신당’이라고 말했지만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는 사실 형용 모순으로 실체가 불분명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틈새 중도 전략이다.

아직 창당 선언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준석 전 대표, 조국 전 장관이 도모하는 신당 창당도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념도 비전도 없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창당 목적만 같지 않나 싶다. 이낙연 전 대표도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의 ‘당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탈당 후 창당하겠다는데 현 더불어민주당과 무엇이 다른지 신당으로 이룰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신당이 단지 공천권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과거 정치의 반복이다. 그래서는 대한민국에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자신과 추종 세력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돼 총선 후 소멸할 것이다. 정당 혁신도 새로운 국가 비전, 새로운 인물 영입을 담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 부국강병의 국가 중심 시대에서 국민 행복과 국민 안전의 국민 중심 시대로 전환하는 비전을 표방했다면 그에 맞는 전문가를 충원해야 진짜 혁신이다. 정당 혁신은 얼굴 화장에 불과한 선거 전 컨벤션 효과가 아니라 국민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는 콘텐츠, 대한민국 개조 비전 제시와 실천할 인물 수혈로 가능하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화제다. 소위 ‘한동훈의 시간’이 시작됐다. 그러나 한 비대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정 아젠다와 능력 있는 인물 영입이 필수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라는 새 국가 비전을 제시했고 김종인·이준석 등 새 인물을 수혈했음을 참고해야 한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공천이 완결되는 즈음 ‘포스트 이재명 대표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질적 변화 없는 ‘당대표 2선 후퇴’가 민주당 혁신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지금 대한민국의 국운이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대한민국 피크론’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내가 부모 세대보다 잘 살 수 있을까’ 의심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느라 결혼도 출산도 기피한다. 진화학은 생물이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번식하지 않고 자기 생존에 치중하며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린다고 가르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출산 기피가 고달픈 삶 속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국민이 생존과 삶의 고달픔에 내몰린 현실임에도 정당은 허울뿐인 정당 개혁에, 일부 정치인은 신당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문제다. 국민의힘은 새롭고 정의롭고 공정한 국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만 하고, 민주당은 민주화 이후 ‘포스트 민주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 경영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정당 혁신 본질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가 대개조 방안 제시, 전문가로의 인물 교체 없는 신당 창당은 무의미하다. 국민은 관심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경 창간 60주년 구독신청 사은품 보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