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파증불고(破甑不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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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말 사상가 곽태(郭泰)가 산책 중 한 사내가 지고 가던 지게에서 시루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곽태는 사내에게 "여보시게 자네 시루가 떨어져 깨어졌다네"라고 말했다.
맹민의 비범함을 알아본 곽태는 그에게 학문에 힘쓰도록 권유했는데, 10년 후 맹민은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고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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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말 사상가 곽태(郭泰)가 산책 중 한 사내가 지고 가던 지게에서 시루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지게꾼 사내는 이를 무시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갔다. 이에 곽태는 사내에게 “여보시게 자네 시루가 떨어져 깨어졌다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내는 태연하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곽태는 “자네 전 재산이 다 날아갔는데, 왜 돌아보지 않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미 깨어졌는데 돌아보면 무엇 합니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전 재산인 깨어진 시루를 바라보면서 한탄했겠지만, 그 지게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던 길을 갔던 것. 지게꾼 사내는 거록 사람인 맹민(孟敏)이다. 맹민의 비범함을 알아본 곽태는 그에게 학문에 힘쓰도록 권유했는데, 10년 후 맹민은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고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곽태전(郭泰傳)에 나오는 ‘파증불고(破甑不顧)’ 고사의 유래다.
파증불고는 ‘이미 깨진 질그릇(시루)을 돌아볼 필요가 없다’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이나 만회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미련을 두지 않고 깨끗하게 단념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 없음에도 이를 담대하게 받아들일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새삼 파증불고가 담고 있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연말이 되면 늘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데, 참으로 후회스러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실수도 적지 않았고, 다가온 기회를 잡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어진 물은 그릇에 다시 담을 수 없고, 쏘아버린 화살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후회를 반복한다. 2023년이 이제 5일 남았다. 후회할 일이 있더라도 파증불고가 담고 있는 의미를 다시 곱씹으면서 담대하게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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