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불출마' 승부수 던진 한동훈, 차별화 아닌 내부 결집?
與 비대위원장 공식 취임
김건희 특검법 "악법"…이준석 만남엔 선그어
전문가들 "당 내부 호소용…尹 압도 피하려는 전략"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한 신임 비대위원장은 '선민후사'를 내세우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총선용 악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고, 탈당을 예고했던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에는 선을 그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 외연 확장 대신 내부 결집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6일 전국위원회 표결을 거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임명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13일 만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치인이나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 먼저다. 선당후사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선민후사를 해야 한다"며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당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대중적 인지도와 스타성을 활용해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바람몰이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총선 승리를 이끌 지휘관 역할만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세력과 싸우겠다.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 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권 세대를 청산해야 할 구세대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선점해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본회의 상정을 앞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에는 "악법"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한 위원장은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저는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어떤 차원에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히 보고받고 논의하겠다"며 수용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들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하겠다"면서도 "어떤 특정 인물을 전제로 해서 만날 계획을 갖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당 내부를 향한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불출마가 선거에 전략적으로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향후 정치 행보를 고려한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고도 분석한다.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정치적으로도 큰 이득이 없을 것이고, 만일 격전지에 출마해 패배한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공천 물갈이의 명분으로 불출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김수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당 밖에는 불출마가 싸움을 피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감흥이 있진 않을 것이다. 다만 '누군가의 자리를 자신이 가져가진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당 내부에 호소하는 성격이 더 강할 것"이라며 "또 비례 후 순번의 경우 선거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위성정당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될 수 없는 시나리오 같다. (지역구에 출마해) 이긴다고 해도 당 내부에서 집중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이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도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격파하기보다는 총선이 정권 심판으로 흘러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정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기관이다. 동반자 관계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답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금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버리면 한 위원장의 파괴력으로 윤 대통령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위원장으로선 불출마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선거를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대선의 전초전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중도층이나 무당층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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