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2시간 유연성 높인 대법 판결… 폭넓은 제도 개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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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 일한 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하루 이틀 밤샘 근무를 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주 52시간제는 1주일에 기본근무 40시간, 주말을 포함한 연장근무 12시간까지 허용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루에 몰아서 연장근로를 한 건 문제가 없고, 주중 다른 날 쉬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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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그제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 A 씨에게 과도한 연장근로를 시킨 혐의를 받는 B 씨 사건의 원심을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앞서 1, 2심은 A 씨가 8시간 기본근무와 13시간 연장근무, 하루 총 21시간 일한 날은 모두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루에 몰아서 연장근로를 한 건 문제가 없고, 주중 다른 날 쉬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결정이다. 일각에선 ‘크런치 모드(쥐어짜기)’라 불리는 벤처기업 등의 근무 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는 불명확한 연장근로의 기준을 제시하고 경직적 주 52시간제의 유연성을 높였다고 봐야 한다. 개발시한에 쫓기는 연구 업종, 업무 폭주로 철야 근무가 불가피한 기업들로선 근로시간 위반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초 정부가 추진했던 근로시간 개혁과 이번 판결은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주간 단위 근로시간 평가기간을 선진국들처럼 월·분기·반기로 늘려 일할 때 더 일하고, 쉬고 싶을 때 몰아서 쉴 수 있도록 근무 형태를 바꾸는 방안을 내놨다가 ‘주 69시간 근무 논란’에 부딪혀 논의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인해 ‘공장시대’에 맞춰진 주 52시간제의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고액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노사 합의를 기본 전제로 하고, 근무일 사이 휴식을 의무화하는 등 보완책만 마련된다면 근로자 건강권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근로 방식, 시간을 시대 변화에 맞춰 폭넓게 바꾸는 제도 개선에 다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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