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1.5도
짧으면 6년 길어야 11년밖에 안 남아
1.5도 오르면 4도 상승까지 저절로
4도 오르면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홀로세라고 한다. 인류는 홀로세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높은 온도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홀로세를 넘어 빙하기라고 불리는 플라이스토세를 거쳐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로 공룡이 멸종한 이후부터 시작되는 플리오세로나 가야 홀로세의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높은 기온이 나타난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부터는 2도가 아니라 1.5도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산화탄소 축적으로 인한 온난화 효과는 바로 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단계적으로 나타난다. 지구 온도가 1.5도 높아졌다면 그때까지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2도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2도 이상이 되면 앞에서 언급한 메커니즘에 따라 4도까지 자동으로 오르기 때문에 1.5도 상승 전에 멈추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온도는 2021년과 2022년에 이미 1.1도 높아졌다. 2030∼2035년 사이에 1.5도 상승에 도달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불과 몇 년 남지 않았다. 1.1도 상승 때까지도 이상 기후가 속속 나타나는데 4도 상승 때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나의 과학 지식으로는 1.5도라는 기준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다. 2도 상승까지 올라가면 4도까지 상승하는 메커니즘이 정말 그런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기준을 1.5도가 아니라 좀 더 높게 잡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언젠가는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건 설득력이 없지 않다. 게다가 온난화가 초래할 위기의 성격이 더 낫고 덜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의 문제라면 더 비관적인 전망에 맞춰 대책을 찾는 게 안전해 보인다.
온난화를 초래한 산업화는 탄소 기반 문명이다. 산업화로 인력(人力)이나 마력(馬力) 대신 증기력을 사용한 지 150년이 넘게 흘렀다. 그동안 인류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다. 석탄 석유는 연료로만 사용될 뿐 아니라 그로부터 뽑아낸 원료로 수많은 물건을 만든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꿔 쓰는 것 하나 못하고 결국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가고 말았다. 생활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몇 년 뒤가 아니라 설혹 몇십 년 뒤라고 해도 많은 시간이 남은 건 아니다.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결의문에서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 대신에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2030∼2035년 사이에 1.5도 상승에 도달하리라는 예상에서 보면 안이한 인식의 표현이다.
어쨌든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은 원자력으로 향하는(transitioning toward) 전환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태양력 풍력 조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효율성이 화석 연료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효율성이 높아지길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는 환경론자라면 원자력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찬성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말처럼 핵은 파괴자이면서 구원자인지 모른다. 실은 신화 속의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전해 줬다는 불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면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지만 불은 주의 깊게 관리하지 않으면 재앙을 몰고 오기도 했다.
막바지에 이른 탄소 기반 문명에서 구원해 줄 것은 일단 태양도 바람도 조류도 아니고 핵이다. 이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없었다면 온난화에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다만 원자력은 불을 다룰 때보다 훨씬 더 세심한 주의와 철저한 관리를 요구한다. 그 때문에 여러 가지 불안이 초래되지만 문명은 진화할 때마다 더 큰 불안을 감수하고 극복하며 나아갔다고 본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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