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 없앴다는데 더 혼란…숨은 ‘대입 변수’ 꼼꼼히 살펴라
새해가 되면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올해는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능 출제경향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n수생이 늘어나는 등 어느 때보다도 혼란이 컸다. 2025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 재수에 뛰어들거나 상향·소신 지원을 하려는 수험생이 늘어난 것도 변수다. 정시모집은 대학에 따라 수능 성적 반영방법과 비율이 다르므로 본인에게 유리한 대학과 전형을 선택하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4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7만2264명으로 전년 대비 4418명 감소했다. 비수도권 대학은 4907명 감소했지만 수도권 대학은 첨단분야 모집단위가 신설되고 정시모집 비율도 소폭 상승하면서 오히려 489명 증가했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이 등록하지 않아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모집인원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수능, 국어영역 어렵게 출제
표준점수 최고점 16점 상향
수학보다 당락 가를 변수로
희망대학 ‘활용지표’ 체크를
‘어려운 수능’ 표점차 크게 벌어져
정시모집 원서접수는 1월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며, 각 대학은 이 중 3일 이상 자율적으로 원서접수 기간을 운영한다. 최대 6번까지 지원이 가능한 수시모집과 달리 정시모집에서는 가·나·다군에 각각 1개 대학씩 총 3번만 지원할 수 있어 원서 제출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학생은 정시모집과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합격자 발표는 내년 2월6일까지 마무리되고, 추가합격자는 2월20일까지 통보된다.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2월 말까지 추가모집을 마치면 2024학년도 대입 일정이 마무리된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달리 국어영역이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전년도보다 16점이나 높아졌다. 수학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국어보다 2점 낮다. 지난해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아지면서 수학이 당락의 결정적인 변수가 됐는데, 올해는 국어의 중요성이 수학보다도 더 커진 것이다. 영어영역 1등급 비율 역시 4.71%로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올해처럼 수능이 매우 어려워 고득점자가 극히 적을 때는 백분위가 같더라도 표준점수는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대학은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 등 지표를 이용해 자체 환산점수를 산출하는데 여기서 대학이 표준점수를 반영하는지, 백분위를 반영하는지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고, 백분위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올해 국어에서는 표준점수 최고점인 150점을 받은 수험생부터 142점을 받은 수험생까지 백분위 100에 해당했다. 수학은 148점부터 143점까지가 백분위 100이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같은 백분위라도 표준점수에서는 차이가 클 수 있어서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의 수능 활용지표에 대한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점에 가까운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이라면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유리하고, 표준점수가 비교적 낮지만 백분위는 높다면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이 유리하다.
탐구과목에서도 화학Ⅱ 등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은 과목을 택한 학생은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이,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은 과목을 택한 학생은 백분위나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이 유리하다.
경쟁자가 많이 몰려있는 성적대인 중위권 수험생은 자신이 점수가 잘 나온 영역을 높은 비율로 반영하는 대학과 학과를 분석한 뒤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일부 대학은 수능을 2~3개 영역만 반영하는 때도 많아서 성적이 비교적 좋지 못한 하위권 수험생은 자신이 못 본 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
이번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
의대 정원 대폭 확대 예고로
재도전 각오 상향지원 늘 듯
‘문과 침공’ 올해도 여전
이과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문과 상위권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은 올해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능 수학영역에서 문과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 선택자들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7점으로 미적분 최고점 148점보다 11점이나 낮았다. 이는 통합수능 도입 후 실시된 세 차례 수능 중 가장 큰 차다. 똑같이 원점수 만점을 받았더라도 확률과통계를 선택했다면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보다 11점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국어도 이과생이 많이 택하는 언어와매체 선택자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문과생이 많은 화법과작문보다 4점 높았다.
종로학원이 수능 성적통지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 8~9일 수험생 2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과생 중 50.5%는 인문사회계열 학과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차지원을 고려한다고 답한 비율(46.6%)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대체로 자연계열 모집단위는 수학영역 미적분이나 기하, 탐구영역 과학탐구 응시자만 지원 가능하지만 인문계열 모집단위는 수학과 탐구 지정 과목이 없어 이과생들의 교차지원이 활발하다. 게다가 과탐 표준점수 자체가 사탐보다 높고, 서울 상당수 주요 대학이 과탐에 더 높은 변환표준점수를 부여하면서 이과생의 교차지원이 더 유리해졌다. 이과생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상경계열, 자유전공학부 등에 지원하려는 문과생들은 표준점수에서 이과생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올해 입시에서 전형방법이 달라진 대학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과탐Ⅱ 과목 필수응시 제한이 폐지됐고, 고려대는 올해부터 학생부 내신을 20% 반영하는 교과우수전형을 신설했다. 교육 당국의 첨단분야 인재양성 정책에 따라 서울대가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는 등 상위권 대학 이공계 모집단위 정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일부 모집단위의 모집군을 변경한 대학도 있다. 가군에서만 정시모집을 하던 성균관대는 일부 모집단위를 다군에서 선발한다.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점도 올해 입시의 변수 중 하나다. 입시업계에서는 내년에 의대 입학의 문이 넓어질 것을 고려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소신지원이나 상향지원하는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로학원 설문조사에서는 정시모집에서 상향지원을 하겠다는 응답이 38.7%에 달했고, 정시모집 지원 과정에서 대입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40.4%가 ‘그렇다’고 답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시모집에서는 적정지원에 기반을 둔 상향지원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수험생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본인의 대학별 지원 유불리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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