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하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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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감동이 퇴색되지 않는다.
이야기가 담아내는 진실의 힘 때문이다.
이것은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는 듣고 또 듣고,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종교와 윤리의 초석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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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로 칭찬을 받자 어리둥절해한다. 그래서 묻는다. 우리가 언제 당신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우리가 언제 나그네인 당신을 집안에 들여 환대하고, 헐벗은 당신에게 입을 것을 줬나요? 우리가 언제 병든 당신을 돌봐주고 감옥에 갇힌 당신을 찾아갔나요?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온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낮은 자들 가운데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이것은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수는 굶주리고 목마르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나 머물 곳 없이 낯선 땅을 떠도는 이방인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나에게 잘하고 싶거든 삶의 사다리에서 제일 밑바닥에 있는 낮은 자들에게 잘하라. 나를 섬기려거든 그들을 섬기라. 그는 듣고 또 듣고,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종교와 윤리의 초석을 놓았다. 잘 먹고 잘살고 힘 있는 이들이 아니라 이 세상의 벌거벗은 생명, 벌거벗은 타자를 위하라는 거다.
그의 이야기에는 그를 믿지 않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흔들어 놓는 놀라운 마력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태어난 곳에서는 그의 말이 외면받는다. 베들레헴에서 70km 정도 떨어진 가자지구에서는, 유대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굶주림과 목마름과 병,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집과 사원, 학교와 병원에 폭탄을 퍼붓고 그들을 집도 절도 없는 나그네로 만들고 있다. 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시구처럼 그들은 “마지막 국경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가?/새들은 마지막 하늘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하는가?/식물들은 마지막 숨을 쉰 다음에 어디서 잠을 자야 하는가?” 이것이 세계가 외면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실존이다. 평화로워야 할 올해의 성탄절이 가슴 아픈 이유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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