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한류팬, 1020으로 내린 동방신기... “20년 더 할게요”
“갓난아기가 자라 성인식을 맞는 기분입니다.”(정윤호) “(아이돌) 후배님들, 20주년은 정말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심창민)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 장난기 어린 동방신기 두 멤버의 소회에 장내 웃음이 터졌다. 이들은 이날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이자 5년 만의 새 정규 앨범인 9집 ‘20&2′를 소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는 30·31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데뷔 20주년 콘서트를 연다.
2003년 12월 26일 곡 ‘허그(Hug)’로 데뷔한 동방신기는 등장 직후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9년 세 멤버(김준수·김재중·박유천)가 탈퇴해 현재는 2인 체제가 됐지만, 본래는 5인조 그룹이었다. 그룹명 뜻 ‘동방의 신이 일어나다’처럼 꽃미남 외모와 뛰어난 칼군무, 아카펠라 화성을 결합한 곡들을 앞세워 국내 각종 연말 가요제 대상을 7번이나 휩쓸었다. 각 멤버 이름 앞에 별칭을 붙인 특이한 예명(영웅재중·시아준수·믹키유천·최강창민·유노윤호),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란 데뷔곡 가사를 활용한 패러디물도 함께 인기를 끌었다. 멤버 윤호는 “그때는 사실 가사가 정말 오글렸지만, 허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동방신기도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초기 ‘일본 내 한류’ 역사를 일군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문화계는 2002년 ‘겨울연가’의 일본 진출을 한류 열풍의 시작점으로 본다. 같은 해 가수 보아가 한국인 최초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지만, 한류 팬 대다수는 ‘욘사마’를 선망하는 40~50대 중년 여성이 주축인 때였다.
2005년 동방신기의 일본 진출은 한류 팬 연령대를 지금과 같은 10·20대로 확 끌어내렸다. 최근 일본 내 젊은 한류 팬의 성지가 된 도쿄 신오쿠보 같은 한인 타운에서 당시 불티나게 사진이 팔려나간 첫 한국 보이그룹이 바로 동방신기였다. 2011년 일본 연예지 산케이스포츠가 한류 주간지 ‘한국 펀(Fun)’을 창간할 때 표지로 동방신기를 세운 이유였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어 있었지만, 이들의 인기를 막을 순 없었다. 해외 가수 최초로 4년 연속 도쿄돔 공연(2012~2015년)과 닛산 스타디움 공연(2013년), K팝 최초 한일 양국 누적 음반 판매량 1000만장(2013년)을 넘기는 등 대기록이 줄줄이 이어졌다. 윤호는 “2018년에는 닛산 스타디움에서 해외 가수 최초로 일본 내 (단일 투어) 1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다. 당시 콘서트장 내 팬들이 ‘항상 있어줄게’란 슬로건을 든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20년간 우여곡절이 많은 팀이었다. 2009년 멤버 3명이 소속사 SM이 ‘장기간 노예 계약’을 맺었다며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을 건 뒤 탈퇴한 사건은 아직도 걸그룹 피프티피프티 사태 등 국내 엔터사들의 전속 계약 해지 분쟁이 터질 때마다 기준점처럼 거론된다. 이 사태로 정부는 이듬해 국내 엔터사들에 ‘7년 기한’ 표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탈퇴 멤버들은 그룹 JYJ를 결성했지만, 2019년 약혼녀 황하나씨와 마약 투약 사실로 적발된 멤버 박유천이 연예계에서 퇴출되면서 그룹 활동을 멈췄다. 남은 동방신기 2인은 멤버 윤호가 2021년 2월 팬데믹 시기 방역 수칙을 어기고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이 적발되며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자숙 후 계속 그룹 활동을 이어왔다.
데뷔 초 10대였던 멤버들은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창민은 데뷔 초를 회상하며 뼈 있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남겼다. “사실 아이돌이 20년 동안 롱런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최근 K팝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다 보니 데뷔 직후부터 큰 인기를 얻는다. 그만큼 주변에 대한 감사함을 금세 잊고 연습생 때 가졌던 목표가 바래지는 친구들이 생기기 마련이더라. 달콤함에 안주하지 말고, K팝을 더 많이 전파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겸손한 가수들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새 앨범 타이틀곡 ‘레벨(Rebel·반항아)’은 20년 활동하다 보니 특정 길에 정체된 노인처럼 될 수도 있단 생각에서 지은 겁니다. 더욱 진취적으로, 20년 더 앞으로 나아가는 그룹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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