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시 가정용 방독면도 좋다”…올바른 아파트 화재 대피요령은?
사망자 발생한 도봉구 아파트 4층…완강기 철거돼
크리스마스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한 명은 자녀를 안고 뛰어내렸다가 숨진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이 난 아파트 벽면이 까맣게 그을렸고, 화재가 시작된 3층은 내부까지 검게 탔다. 안타까운 사연의 화재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화재사고 대피요령을 궁금해하는 시민이 많다.
숨진 채 발견된 4층 거주민 박모(33)씨는 3층에서 난 불이 위층으로 번지자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민 대피를 돕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2세 딸을 던진 뒤 7개월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박씨를 뒤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와 자녀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으나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끝내 숨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임모(38)씨는 10층 거주자로 화재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키고 가장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와 불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임씨는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연기 흡입에 따른 질식으로 추정된다.
경량칸막이는 파괴가 쉬운 재질로 아파트 발코니 벽면에 설치된 피난설비를 뜻한다. 화재 시 벽을 부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끔 만든 대피로인 것이다. 경량칸막이는 발코니 벽을 두드렸을 때 나는 ‘통통’거리는 소리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일부 가정에서 발코니 벽면에 수납장을 설치하거나 물건을 보관해 위급 시 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화재 시 경량칸막이를 사용할 수 있게끔 벽면을 비워두고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
2005년 이후 시공된 4층 이상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형 구조라면 발코니에 대피공간이 있다.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는 최소 2㎡ 이상의 비상대피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방화문에 의해 일반 공간과 분리된 이곳에서는 불과 연기로부터 30분에서 1시간가량 보호받을 수 있다. 반드시 비워둬야 하며 비상용 생수, 수건 등 대비용품을 비치해두는 것도 좋다.
2008년 이후 시공된 아파트가 발코니 확장형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대비공간이 없다면 ‘하향식 피난구’ 설치 여부를 확인한다. 하향식 피난구는 발코니 바닥에서 위아래 층을 연결하는 지름 60㎝ 이상 간이사다리다. 아래층에서 위층 피난구를 열 수 없는 구조로 덮개가 개방되면 건축물관리시스템 등에 의해 경보음이 울린다. 마찬가지로 피난구 위에도 물건을 쌓아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불이 난 도봉구 아파트 4층은 완강기가 없었다. 도봉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시작된 3층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4층은 철거돼 있었다”며 “완강기가 잘 녹슬기 때문에 노후에 따른 철거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완강기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강제적인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아파트 화재 대비를 위해 방독면을 사놓는 방법도 제시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정에 화재 대비용 방독면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며 “방독면을 사용하면 양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호흡과 시약확보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용 방독면이 아닌 가정용은 쉽게 착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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