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헤드헌터 만나라 [전지적 헤드헌터 시점]

황계식 2023. 12. 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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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외국계 증권사 임원 A씨와 처음 만난 건 약 9년 전 그가 트레이더로서 막 명성을 크게 얻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A씨와는 채용 건과 무관하게 1년에 두세번 식사자리를 가지면서 마켓 트렌드와 근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고, 이 과정에서 그의 경력 고민과 고려하는 이직의 방향성, 이루고 싶은 성과나 추구하는 변화 등을 알게 되었다. A씨는 어느덧 외국계 트레이딩 마켓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젊은 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얼핏 보면 그는 전형적인 외국계 스타일의 성공한 고액 연봉자로서 현재에 만족하고 특히 국내 회사에 관심 없을 것처럼 보였으므로, 헤드헌터들이 웬만한 자리로는 쉽게 접촉하기 어려운 후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A씨가 대형 국내 증권사의 임원으로서 외국의 선진 운용시스템을 접목하여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을 늘 한켠에 품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년 전 국내 모 증권사에서 이례적으로 젊고 실력 있는 외국계 트레이딩 임원을 파격 영입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른 후보가 A씨였고, 망설임 없이 1순위로 추천하여 이직을 성공적으로 도운 바 있다. 꾸준한 만남을 통해 내가 A씨의 가치관과 역량 그리고 리더로서의 평판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덕분이었다.

한편 모 자산 운용사 임원 B씨는 올해 말일자로 갑작스러운 퇴임을 하게 되었다며 어떤 분의 소개로 연락을 해왔다.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그리고 전화로 커리어 상담 관련 미팅을 요청해왔다.

이처럼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서 갑작스러운 퇴직을 앞둔 이들의 연락이 급증한다. 안타깝게도 B씨가 보내온 이력서와 한번의 미팅만으로 단기간에 성격, 역량 그리고 가치관을 판단하여 적합한 조직의 적합한 포지션을 떠올려 선뜻 자리를 제안하기는 쉽지 않다. 타이밍도 중요하여 현재 적당한 자리가 열려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퇴직 임박해서 말고, 잘 나갈 때 헤드헌터 만나라

퇴직이 임박해 처음 이직 이력서를 써보고, 지인과 회사를 통해 헤드헌터들을 소개받아 메일을 보내 놓고 연락해서 이직 컨설팅 요청을 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물론 헤드헌터 입장에서 모두 귀한 인재들이고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급박한 마음에 비해 적합한 자리가 없을 때도 잦아 당장은 해줄 제안이 없어 죄송스러운 일도 많다.

한편 어떤 이들은 앞서 A씨처럼 나에게 오래전부터 본인의 경력 근황을 꾸준히 알리고 가끔 만나 커리어 확장이나 다른 경력으로 연결을 희망하며 향후 이직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의논해 오고 있다. 이들은 헤드헌터와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커리어 컨설팅’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후보자를 알아가는 과정과 신뢰 깊은 관계를 통해 헤드헌터가 그야말로 번뜩이는 포지션 매칭을 이루거나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는 경력 연결의 기회를 포착하여 후보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이고 새로운 제안을 하는 사례도 있다. 임박해서 말고, 미리 헤드헌터를 만나자.

◆리멤버, 링크드인 등 커리어 플랫폼에 상세 프로필을 잘 업데이트해 두자

서치펌에 직접 연락하거나 이력서를 일일이 제출하지 않아도 평소에 각종 커리어 관련 플랫폼에 자신의 프로필을 잘 업데이트해 놓으면 헤드헌터와 고객사 채용 담당자들의 눈에 띄어 이직 제안을 받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보다 다양한 회사로부터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포지션에 대해 제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 임원급 프로젝트 진행은 ‘헤드헌터의 롱 리스트(적합한 잠재 후보군) 제출 → 쇼트 리스트(선정된 면접 대상자) → 면접 전형’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롱 리스트 작성 시에는 후보와 헤드헌터의 직접 접촉 없이 순전히 마켓 조사를 통해 후보군이 추려지게 된다. 이때 헤드헌터는 개인적 네트워크, 회사의 인재 데이터, 기사 검색과 더불어 각종 커리어 관련 플랫폼을 검색해 잠재 후보군을 선정한다. 평소 이런 플랫폼에 자신의 경력 프로필을 노출시키는 것이 롱 리스트 후보군에 드는 데 유리하다. 헤드헌터와 회사 채용 담당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리멤버와 링크드인이 대표적이다.

◆임원 선임의 트렌드는 서치펌을 통한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이다.

자신의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이직하기도 하지만, 임원 선임의 최근 트렌드는 공정성,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 확보이며 해가 갈수록 이런 추세는 짙어지고 있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공신력 있는 서치펌을 선정하여 헤드헌터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직접 지원해서 이직하는 것을 채용 회사에서 선호하던 예전과 사뭇 다른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채용 부서는 서치펌에 비용을 지불하는 부담보다, 채용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혹은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 데 더 부담을 느낀다. 특히 임원 선임 시 서치펌을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미리미리 헤드헌터를 만나서 신뢰관계를 유지하며 커리어 변화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성공적 이직의 첫번째 관건이다.

정은주 유니코써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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