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다시 온 ‘영화의 봄’…얼어붙은 소비에도 ‘불쏘시개’가 되길[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봄>이 천만관객을 돌파하며 모처럼 극장 주변이 북적이고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업체들의 성장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영화관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참 힘들었는데 이번에 모처럼 활짝 웃게 되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업계 1위 기업인 CJ CGV의 손익계산서를 찾아보면 2019년에 매출액이 2조원에 육박했는데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2020년에 5834억원, 2021년에 7363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손익계산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그 시기에 넷플릭스는 유료회원 수가 5500만명이나 증가하며 2억2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았다. 2019년에 넷플릭스의 매출액이 201억5600만달러(26조원)였는데 2021년에는 47% 증가한 296억9800만달러(39조원)가 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콘텐츠의 다양화로 인해 지상파TV나 영화관이 힘을 잃고 OTT가 새로운 권력이 되면서 미디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으로 인식을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다시 극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 <범죄도시3>, 하반기에는 <서울의봄>이 누적 관객 수 1000만명 이상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재밌고 스케일이 큰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나 보다.
지난주에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 첫날 예매율 50%에 육박하는 관객동원을 보이면서 역시 흥행을 예고하고 있어서 실적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CJ CGV는 2023년 3분기까지 매출액이 1조2000억원으로 2019년 3분기 매출액 1조4000억원에 근접했는데 4분기에 한국영화 2편이 모두 흥행했으니 완벽한 턴어라운드가 가능해졌다. 단,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 자금난을 겪다 보니 CJ CGV는 계속 대출과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최근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겪고 있어서 아직 순이익 달성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영화관에 사람들이 다시 모이면서 OTT의 성장도 조금은 정체되는 듯하다. 넷플릭스의 2023년 3분기 손익계산서를 찾아보면 매출액이 248억9000만달러(32조원)로 2022년 3분기 대비 성장률이 5% 미만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영화관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나빠진다고 해서 그룹 전체가 휘청일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대기업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인데 여기서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나쁨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OTT의 성장이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이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렇게 극장에 흥행 대작이 자주 걸려야 사람들도 많이 몰릴 것이고 그로 인해 상권의 내수경기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고금리와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거리가 한산하다. 연말 분위기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침체되어 있었는데 역시 문화의 힘은 강했다. 문화 예술을 좋아하는 국민답게 좋은 작품이 개봉하면 어김없이 극장으로 찾아갔다.
소비는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쓰려고 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나면 지갑을 연다. 완전한 경제회복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조그마한 소비가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녹이고 힘든 경제를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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