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끙끙 앓던 스미싱, 내년부터는 은행도 책임진다
A씨(80)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전자청첩장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했을 뿐인데 스미싱범에게 휴대폰에 저장된 주민등록증 촬영본을 탈취당했다. 스미싱범은 주민등록증 촬영본을 이용해 A씨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한 후 은행 입출금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아 돈을 빼앗았다.
내년부터는 A씨와 같은 스미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자도 은행에서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19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산업·기업·농협·수협·경남·부산·대구·전북·광주·제주·카카오·케이·토스)과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 이행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은 내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비대면 금융사고부터 책임분담기준에 따른 자율배상을 실시한다. 신청대상은 제3자가 이용자 동의 없이 전자금융거래를 실행해 이용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일으킨 비대면 금융사고다.
피해자는 피해가 발생한 본인 계좌가 있는 은행에 배상 신청을 할 수 있다. 은행은 피해사실 확인 등 사고조사를 거쳐 책임분담기준에 따른 배상비율을 결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그동안 이용자 중과실로 간주했던 신분증 노출,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사기범에게 제공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사고발생에 기여한 경우 피해 배상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배상비율 결정에는 소비자 예방 노력도 고려된다. 이용자가 은행이 제공하는 사고 예방 장치를 이용했거나, 사고 발생을 인지한 즉시 은행에 해당 사실을 통지하는 등의 피해 예방 노력을 한 경우 배상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은행이 사고 예방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적극 도입·운영한 경우는 배상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최종 피해배상금은 통신사기피해환급금 지급 이후 비대면 금융사고 총피해액에서 동 환급금을 제외한 범위 내에서 지급된다. 가족·지인 간 공모 등 이용자의 사기에 의한 비대면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배상받을 수 없고 관련 법령에 의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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