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실거주 의사 구체적으로 입증해야…대법원 첫 판결
정인숙 변호사 “임차인의 주거권의 안정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를 살렸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청을 거절하려면 실거주 의사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대인(집주인) A씨가 임차인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1·2심 재판부는 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갱신거절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진 본인 가족이 실거주할 것이라고 얘기하다가 소송을 제기한 후 노부모가 실거주할 것이라며 말을 바꾼 점, A씨와 자녀들이 제주 생활을 청산하였다거나 청산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 측 실거주 계획이 과연 진실한 것인지 전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고가 주장하는 실거주 계획에는 개연성이 있고, 원고가 가족관계나 부동산 소유 현황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면서 실거주 요건 조항 해당사유를 억지로 꾸며냈다든가, 아파트를 임대하거나 매도하려 하는 등 실거주계획과 명백히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도 찾을 수 없어 원고의 갱신거절은 적법하다”며 “실거주계획이 변경될 여지가 있고 사생활의 영역이므로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경위를 임차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사후변동 가능성까지 고지하게 한다든지, 추후 실제 변동 사항을 임차인에게 납득시킬 정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를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여 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2심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앞으로 임대인이 세입자의 계약갱신권을 거절할 때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해야 한다고 하며 실거주 의사 유무 판단시 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가족의 직장·학교를 비롯한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 이를 통해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 유무, 실거주를 위한 이사 준비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며 이 사건에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아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했다.
이번 판결은 실거주 의사를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면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마음대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의 임차인 담당 변호사인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정인숙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8호에서는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를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들고 있는데, 이 사건의 1심 판결에서는 임대인이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와 실거주 계획을 구체적으로 임차인에게 설명하게 하는 것은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를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하며, 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타에 임대하거나 매도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와 명백히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이 없다면 임대인의 실거주의 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의 입증 정도를 매우 약하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의 입증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입증 정도를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행위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실거주의 의사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여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의 입증 정도를 매우 높게 보아 임차인을 보호하고, 임차인의 주거권의 안정을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를 살렸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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