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특별기획] KAL 858기 실종사건, 국가는 없었다 ①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유족들

심병철 2023. 12. 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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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선거를 보름 앞두고 대한항공 KAL 858기가 미얀마 안다만 상공에서 실종된 지 2023년으로 벌써 36년이나 됐습니다.

대구문화방송 특별취재단이 2020년 1월 안다만의 50미터 해저에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한 지도 4년이 다 돼 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촬영한 비행기 동체가 KAL 858기가 맞는지 확인조차 못 하고 있고, 희망에 부풀었던 유족들은 다시 깊은 절망의 늪에 빠졌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은 수많은 국민이 숨진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찾고도 어떤 이유로 건져 올리지 않는지 4번에 걸쳐 그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유해만이라도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부터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주덕순 KAL 858기 승객 김선호 씨 어머니▶
"그대로 거기 있으면 안 되니까 나 있을 때 데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해 주십시오. 꼭 해주길 바라겠습니다."

◀기자▶
2023년으로 아흔여섯 살의 주덕순 할머니는 36년 전 KAL 858기와 함께 사라진 당시 서른다섯 살의 큰아들 김선호 씨를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KAL 858기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선호 씨가 탑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라크에서 근무해야 하는 계약 기간이 몇 달 더 남아서 KAL 858기를 탈 이유가 없다고 여긴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눈을 감기 전 아들이 아닌, 다른 탑승객이라도 좋으니 유해만이라도 꼭 찾아주길 갈망합니다.

◀주덕순 KAL 858기 탑승객 김선호 씨 어머니▶
"우리는 찾아온 게 없으니까 해줘야 하잖아요. 세월호 희생자들은 다 시신 찾고 해서 다 갖다 모시고 했으니까 억울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시신을) 찾았는데 우리는 없잖아요. 우리는 모르잖아요. 어디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우리나라 시간으로 1987년 11월 29일.

KAL 858기는 이라크 바그다드를 떠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태국 방콕을 거쳐 우리나라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탑승자 115명은 대부분 중동지역 건설 현장에 파견된 노동자와 승무원.

전두환 정권은 사건 발생 열흘 뒤인 12월 9일 단 한 구의 유해도 찾지 못한 채 서둘러 수색을 중단했습니다.

36년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단 한 명의 희생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2020년 1월 초, 사건의 전말을 밝힐 것으로 기대를 품게 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구MBC 특별취재단이 미얀마 안다만 해저에서 KAL 858기 추정 동체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유해만이라도 찾겠다는 유족들의 간절한 소망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흘러서야 드디어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유인자 KAL 858기 유족회 부회장▶
"그 비행기가 다 온전히 꼬리 부분까지 있다면 제 동생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제가 좌석 배치도를 보니까 제 동생이 그때 당시에 맨 말석에 앉아 있었더라고요. 정말 이 비행기가 858기 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정부의 수색은 미얀마 정부와의 협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졌고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이마저도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희망에서 다시 절망으로, 올해 36주기 추모제는 슬픔의 깊이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가운 바닷속 가족을 찾지 못한 유족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김호순 KAL 858기 유족회장▶
"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KAL 858기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외면했습니다.

그들의 한과 눈물을 닦아줘야 할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KAL 858기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36년이 흐르면서 유족 중 고령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족들은 더 늦기 전에 유해만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자신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그래픽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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