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안, 자녀에게 영향…어른도 행복한 사회를”[아듀 2023 송년 기획-상처 난 젊음, 1020 마음건강 보고서]
청소년 상담사들이 말하는 ‘현실’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불안 증가
온라인 중심 관계 ‘부작용’ 커져
부모는 ‘다른 세대’ 아이 이해해야
“이해받음을 느끼면서 많이 변화”
10여회 상담에 회당 비용 5000원
상담사들 “20회는 해야 충분…”
수요 느는데 상담사는 절대 부족
‘대기’만 늘고 상담의 질은 떨어져
마음이 힘든 청소년들이 주변의 시선을 덜 신경 쓰면서 찾아갈 수 있는 곳으로 지자체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 상담사 3명을 만나 최근 청소년들의 마음건강 실태와 상담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들었다.
센터에는 만 9~24세 위기 청소년들이 찾아온다. 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29조를 근거로 사단법인 ‘나는 청소년’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상담사들이 상담 및 심리검사를 제공한다. 이 센터에선 특화사업으로 은둔 청소년과 그 부모들의 일상회복도 돕는다.
올해 11월까지 1257명이 센터를 이용했다. 상담사 A씨(경력 9년)는 “보통 대인관계, 정신건강, 학업·진로, 가족 문제 등의 순으로 상담 요청이 많다”며 “올해 순위 변동은 없지만 정신건강 비율이 작년 20%에서 올해 25%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상담사 B씨(경력 13년)는 “최근 부모와 단절을 경험한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이 다른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우울, 불안 이런 정신건강 문제와 부모와의 소통 문제, 대인관계 문제가 딱딱 나뉜 게 아니라 스펙트럼 안에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상담사 C씨(경력 13년)는 “코로나 이후에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 정도가 훨씬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사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청소년들이 온라인 중심의 관계를 맺다 보니 적절한 상호작용 경험이 부족해지고, 대면 관계 욕구도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갈등 조절 능력·욕구 지연 능력 등이 약해졌다고 했다.
주변과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B씨는 “저도 부모이고 부모 상담도 많이 해보면서 부모들이 의사소통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며 “지금 청소년 세대는 부모세대와 굉장히 다른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세대라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조금 더 이해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해받는 느낌만으로도 아이들은 많이 변한다”며 “(보호자들이) 상담사를 한 번 만나면 극적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하시는데 상담사가 단번에 모든 걸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그 부분도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고위기 청소년은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추천한다.
C씨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부모 한 사람의 어떤 책임이나 역할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부모가 불안이 높으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른들도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담사들은 장기상담이 필요한 청소년이 많으나 예산, 인력, 공간 등의 어려움으로 단기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센터에서 심리상담은 1명당 11회기(1회기당 50분)씩 진행하고 있다. 비용은 회기당 5000원 수준으로 사설기관(회기당 10만~15만원)에 비해 훨씬 낮다. C씨는 “상담사들은 20회기 정도만 해도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것 같다며 10회기는 너무 짧다고 말한다”고 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의뢰되는 청소년 수는 많으나 한 청소년에게 상담 회기를 많이 제공하면 다른 청소년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긴 시간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한 청소년에 대한 장기상담은 어려운 실정이다.
인력과 공간 확충 없이 상담 건수만 늘리면 상담 질이 떨어지고 상담사 ‘소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서 위기 청소년 상담도 늘리겠다고 했다. 전문 상담인력 양성과 확보가 중요하다.
이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상담사 처우가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공공·민간기관 구분 없이 인건비는 정체돼 있고, 상담사들이 사비로 역량개발을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려면 국가자격증, 석사 이상의 학력, 학회 소속 등 자격 기준이 높은데 막상 노동환경은 좋지 않으니 ‘장기근속’이 어렵다고 했다. 상담사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늘고 있는 상담 수요에 상담사들이 맞춰나갈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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