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새 정신교육 교재…군사독재 축소·일본 역사 문제 삭제 ‘편향 논란’
이승만 과오 없이 찬양 일색
전 정권 비판 등 중립성 위반
국방부가 26일 전면 개정한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사진)를 공개하고 이달 말부터 전군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장병들의 대적관을 강조해온 국방부는 북한이 주적이라는 인식을 장병들에게 명확하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반공주의적 관점을 교재에 투영하면서 정작 해당 인물의 과오나 국민이 겪은 부작용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펴낸 교재보다 100쪽 가까이 늘어난 올해 교재는 기존 ‘안보관’ 영역을 ‘대적관’으로 변경해 관련 서술을 크게 늘렸다. 집필진으로는 대학교수 위주였던 직전 교재와 달리 현역 군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언급된다. 교재는 “자유주의 진영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공산주의 정치세력과는 일절 타협을 거부했고” 등 반공주의 행보를 강조했다. 광복 후 공산주의 세력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지만 “이승만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됐다는 내용도 담겼다. 독재와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등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전후 고성장과 관련해서는 당시 정부의 “집념”, 미국의 원조를 강조했다. 군사독재, 경제적 양극화 등 부작용은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과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로 반공 의식이 강화되었고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는 표현으로 축약됐다.
이번 교재가 군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이 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할 때 쓴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교재는 ‘힘에 의한 평화’라는 소제목 아래 “평화를 구걸하거나 말로 하는 평화, 즉 가짜 평화에 기댔던 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면서 “북베트남의 위장 평화협정에 넘어가 미군 철수 후 2년 만에 패망하고 사라진 남베트남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바른 이해’ 단락에서는 “북한의 평화를 가장한 종전선언 주장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한·미 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억제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등 윤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 7장 실렸다. 일본과의 관계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양국 간 역사·영토 문제에 대한 언급이 모두 지워졌다. “신뢰 회복을 토대로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양국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5년 전 교재에서는 “역사 문제와 영토 문제가 한·일관계 개선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안보협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이원화된 접근을 전개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교재는 또 “국가안보에 있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내부의 위협 세력”이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의 “공산전체주의 세력을 맹종하는 반국가세력” 언급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칫 실체도 밝히지 않으면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친북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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