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라 못 부르는 국민의힘…“모욕 주기” 여론전
윤재옥 “이미 충분히 수사” 당내 “정치공세, 결혼 전 일” 주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6일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에게 특검법 통과 시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압박하는 건 완벽한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당·정·대(국민의힘·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결정한 데 따라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도이치모터스 특검’으로 용어를 통일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사권은 국회 다수당 횡포로부터도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을 알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 쌓기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 언급대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월25일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마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번번이 법안이 부결되는 현재와 달리 당시 재표결에 부쳐진 특검법은 같은 해 12월4일 국회에서 266명이 참석한 가운데 209명이 찬성해 결국 가결됐다. 당시 다수당은 148명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47명에 불과했다.
윤 원내대표는 “도이치모터스 특검은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모욕하고 득표에 활용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권력형 비리와 아무 관계없다”며 “해당 사건은 윤 대통령 취임 10년도 더 전에 일어났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결혼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기 검찰이 충분히 수사했고, 수사 대상을 모호하게 광범위로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논의된 바 있나’라는 질문에는 “원내 법안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제가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관련된 입장이 있다면 존중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특검법에 반대하고 나섰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이런 특검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말이 안 되는 정치 공세”라고 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BBS 라디오에서 “두 분(윤 대통령과 김 여사)이 결혼도 하기 전에 2010~2012년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광호·이두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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