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무너져"…화마에 딸 살리고 먼길 떠난 아빠 빈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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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갑작스러운 화재가 덮친 아파트에서 어린 딸을 살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30대 남성의 빈소가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마련됐다.
전날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 난 불로 사망한 박모(33)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황망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과 지인 10여명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애도했다.
하루 먼저 서울 노원구 한 병원에 차려진 또 다른 사망자 임모(38)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내내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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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새벽 갑작스러운 화재가 덮친 아파트에서 어린 딸을 살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30대 남성의 빈소가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마련됐다.
전날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 난 불로 사망한 박모(33)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황망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과 지인 10여명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애도했다.
빈소 앞에 놓인 근조화환 중에는 유가족 이름으로 "사랑하는 ○○! 짧은 생 멋있게 살다 간다"라고 적힌 조화도 있었다.
자신을 고인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유가족은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가장 예뻐하던 조카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박씨에 대해 "재작년에 약사가 됐다. 늘 솔선수범하고 남을 돕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약사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전날 화재가 난 아파트 4층에서 아내 정모(34)씨와 두 살배기·7개월짜리 딸과 함께 살다 변을 당했다.
박씨는 아래층인 301호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큰딸을 던진 뒤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포대 위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이날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4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받은 둔력에 의해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두 딸과 박씨를 따라 뛰어내린 정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 다른 동에 살던 박씨 부부는 6개월 전 더 큰 넓은 집을 찾다 이곳에 전세를 얻어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먼저 서울 노원구 한 병원에 차려진 또 다른 사망자 임모(38)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내내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자인 임씨는 아파트 10층 거주자로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을 피하려 했으나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임씨의 사인은 '연기 흡입으로 인한 화재사'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날 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합동감식을 통해 화재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불이 처음 난 곳으로 추정되는 301호 작은방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증거물을 화재 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로 보고 전날 사고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한편 그 외의 화재 원인 등 여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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