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실거주 사유 입증은 집주인 책임”
“주거·사회 환경 등 종합 고려”
원심 깨고 구체적 기준 첫 판결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청을 거절하려면 실거주 의사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하급심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엇갈린 판단이 나왔는데 대법원이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임대인(집주인) A씨가 임차인 B씨 부부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B씨 부부와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6억3000만원에 2019년 3월부터 2년간 빌려주는 임대차계약을 2019년 1월 맺었다. A씨는 계약만료를 석 달 앞둔 2020년 12월 B씨 부부에게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업이 어려워져 가족들과 빌려준 아파트에 돌아와 살려고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B씨 부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을 청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에 A씨는 아파트를 비우라며 소송에 나섰다.
1·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 부부는 “A씨는 갱신 거절 기간이 만료되기 전까진 본인 가족이 실거주할 것이라고 얘기하다가 소송을 제기한 후 노부모가 실거주할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실거주 계획에는 개연성이 있고, 아파트를 매도하려 하는 등 실거주 계획과 명백히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도 찾을 수 없어 원고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전제했다. 임대인이 단순히 실거주 의사를 표명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기준으로 볼 때 A씨의 실거주 의사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아파트 말고도 인근에 다른 아파트를 소유한 A씨 부부가 이 아파트에 거주해야 할 만한 사정이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이 ‘실거주 의사’를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면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마음대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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