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유모차 대신 ‘개모차’

강경희 기자 2023. 12. 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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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모차

길에 강아지 태운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를 밀고 다니는 풍경이 흔해졌다. 올해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아기용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2년 전엔 유모차 판매량이 반려동물용 33%, 아기용 67%였는데 올 1~3분기엔 57% 대 43%로 역전됐다고 한다.

일러스트=김성규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견생(犬生) 20세’가 목표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가 16세 노령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시키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떠있다. 16세 노령견은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소형견은 80세, 중형견은 87세, 대형견은 99세쯤 된다. 강씨는 “나는 활동적인 훈련사여서 반려견용 유모차를 선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3개나 갖고 있다. 강아지가 12살 넘으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도 장수하는 시대이지만 나이 들면 아프거나 관절에 이상이 생겨 잘 걷지 못한다. 그럴 때 유모차에 태우고 바람을 쐬게 하거나 산책하기 적당한 곳에 풀어놓고 잠깐 걷게 하는 것이다.

▶꼭 노령견이 아니어도 반려견용 유모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강아지는 매일 산책 시켜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강아지 데리고 나갔다가 주인이 물 한 병, 커피 한 잔 사 마시기도 힘들다. 버스나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고 ‘애견 동반 가능’ 매장도 이동용 가방 안에 넣어야만 입장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강아지를 가방에 넣고 다른 소지품까지 들면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 유모차에 태우고 강아지 용품과 사람 소지품도 이것저것 담아 밀고 다니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아기용 유모차는 “살까, 대여할까, 당근(중고 거래)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품목이다. 한 자녀가 대세인 데다 아기가 목을 가눌 수 있을 때부터 걸음마 뗄 때까지 앉혀서 사용하는 용도라 의외로 사용 기간이 길지 않다. 반면 개모차는 이동 수단으로 쓰임새가 두루 있다. 바퀴 달린 몸체는 접어두고, 바구니 부분만 분리해 차 안에서 펫 시트로 사용하거나 이동용 가방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개를 여러 마리 키우면 한꺼번에 태워 이동하기 편하고, 개 싫어하는 사람을 배려해 공공 장소나 엘리베이터에서는 차양을 덮어 보이지 않게 하는 ‘펫티켓’(펫+에티켓) 용도로도 쓴다.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반려동물용품 시장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기용 유모차보다 강아지 유모차가 더 팔린 게 뉴스가 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저출생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아기용 유모차 판매량이 는다는 뉴스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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