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6조9천억원 양재동 물류단지 숙원사업도 이루나(종합)
하림, HMM 인수와 대규모 개발사업 동시 추진…13조3천억원 자금 관건
하림 "물류단지와 HMM 인수는 별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6조4천억원, 그리고 6조9천억원.
6조4천억원은 동원그룹을 제치고 HMM(옛 현대상선)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본입찰에서 써낸 것으로 알려진 금액이다.
이보다 큰 6조9천억원은 하림그룹의 또 다른 사업과 관련 있다.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물류단지 조성에 필요한 사업비가 6조9천억원이다.
하림그룹이 HMM 인수와 양재동 물류단지 조성에 필요한 사업비는 모두 13조3천억원으로 이를 어떻게 조달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26일 서울시와 하림그룹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 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통합심의를 진행하고, '조건부 통과' 결정을 내렸다.
앞서 작년 11월 하림그룹은 지주사 하림지주의 자회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인 225번지 일대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계획안을 승인해달라고 서울시에 신청했다.
이후 이 사업은 실수요 검증과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등 1년 1개월이 지나 이날 통합심의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날 심의에서 사업자의 계획안을 받아들이면서도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교통개선 대책에서 사업자 분담 비율을 상향하고, 지상부 주차장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하림그룹은 2016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천525억원에 매입하고 물류단지 설립을 추진해왔다. 이 부지는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한 노른자 땅이다.
같은 해 국토교통부는 도시 내 물류거점을 만들어 온라인 기반으로 신선식품, 생활물류를 주로 취급하게 하고 물류-유통-주거 등이 한꺼번에 들어설 수 있게 융복합을 허용하는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 6곳을 선정했다.
하림산업이 서울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안을 보면 부지 면적은 8만6천㎡(시유지 3천866㎡ 포함), 연면적은 147만5천㎡이며 용적률 800%를 적용해 지하 8층, 지상 58층 규모(최고 높이 220m 이하)로 물류시설과 주거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설계됐다.
사업비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6조8천712억원까지 늘어났다.
도시첨단물류단지에는 스마트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 판매시설(상류시설), 주거·문화·연구개발(R&D) 등 시설(지원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물류시설이 30%, 상류시설은 20%이며 지원시설(R&D 20% 포함)이 50%에 이른다.
물류시설은 지하에 자리 잡는다. 지상에는 판매시설을 비롯해 오피스텔(49층)과 아파트(58층)가 들어선다. 아파트는 4개 동에 998세대이며 오피스텔은 972실이다.
애초 하림 측은 최고 70층 높이의 단지를 계획했으나 서울시가 개발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인허가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하림은 이 땅에 용적률 800%를 적용해 물류, 숙박, 주거 등의 기능을 담은 건물을 짓겠다는 투자의향서를 2020년 서울시에 냈지만, 시는 최대 용적률 400%를 고수하면서 하림의 요구를 들어주면 형평성과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림의 청구로 공익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서울시가 2021년 내부 조율 없이 업무를 진행했고 이후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결정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하림그룹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에서 허용하는 최대치인 용적률 800%로 물류단지를 건축할 계획을 세웠다.
하림그룹의 계획안이 이날 통합심의에서 조건부로 통과됨에 따라 조치계획서를 보완하는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말께 물류단지 지정 승인 고시가 나게 된다.
이후에는 서초구청의 건축 인허가를 거쳐 2025년 착공, 2029년 준공되면 2030년부터 물류단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그룹은 사업비를 토지 가격과 펀드에서 조달하는 금액 등 자기자본 2조3천억원 외에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천500억원과 3조8천억원의 분양수입으로 마련한다는 자금조달 계획을 냈다.
일각에서는 6조9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림그룹이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터를 매입하기 전에 이 부지에 복합유통단지로 추진된 파이시티 사업은 건축 인허가 지연과 과도한 차입금으로 결국 좌초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정운용 계획까지 잘 살필 계획이다.
하림 측은 자금 관련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위치가 좋아 사업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투자받는 데는 문제 없다. 이미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조달 계획도 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림그룹이 HMM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팬오션 유상증자, 인수금융, 자산유동화, 영구채 발행 등 외에도 양재동 부지를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럴 일은 전혀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러면서 "양재동 물류단지와 HMM 인수는 별개의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자금조달 계획까지 다 받아서 심의하는데 이 땅을 담보로 돈을 다른 데로 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림에서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것"이라면서 "생활물류 핵심은 식품이고, 식품물류 혁신을 위해 서울 도심에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kim@yna.co.kr,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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