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 ⑤ '류희림 사퇴' 촉구 봇물...국민의힘은 '제보자 검찰 고발'

한상진 2023. 12. 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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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을 동원, 방심위에 민원을 넣게 해 지난해 대선 당시 뉴스타파 보도(김만배-신학림 음성파일)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징계하게 만들었다는 이른바 ‘청부민원’, ‘민원사주’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타파는 어제(25일) 두 달이 넘는 취재와 최근 법률 대리인을 통해 국민권익위에 공익 신고된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을 종합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확인결과, 지난 9월 4일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국회에 나와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을 통해 (뉴스타파 보도 인용 방송사에 대한) 엄중 조치”를 예고한 직후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들어 온 심의 요청 민원 200여 건 중 절반에 달하는 120여 건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그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관계자 등이 낸 사실이 드러났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출처:연합)

류희림과 국민의힘, ‘제보자 색출’ ‘검찰 고발’ 예고

뉴스타파 보도 다음날인 오늘(26일) 오전, 류 위원장은 개인 성명서(아래 사진)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사건의 본질인 이른바 ‘청부민원’,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법적 보호대상인 민원인 정보가 유출된 것이 공익신고로 포장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류 위원장은 또 오늘 방심위 감사실에 “특별감찰반을 구성하여 공익제보자를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 언론사의 취재에 대해서도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고, 불응 시 경찰에 신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26일) 류희림 위원장의 개인 명의 입장문

여당인 국민의힘도 류희림 감싸기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미디어법률단 명의의 성명서에서 “국민권익위에 공익신고서를 접수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해서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범죄 혐의가 소멸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 등이 무더기로 방송심의 요청 민원을 제기한, 사상 초유의 방심위원장 '청부민원' 의혹이라는 메시지는 무시하고,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신고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제보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 신고자에게 누구든지 불이익 조치를 하면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형사 고발 같은 경우도 불이익 조치 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익위에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방심위 내부에서 제보자 색출 작업이 시작됐다. 공익 신고를 하면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다. 제발 멈췄으면 좋겠다. 권익위가 빨리 담당자를 배정해 보호 조치에 나섰으면 좋겠다. 관련법을 위반한 류희림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 박은선 변호사 / 방심위 내부 제보 대리인

전국언론노조와 방심위 노조, 성명서 내고 “류희림 위원장 사퇴” 촉구

전국언론노조는 오늘 오후 성명을 내고 ‘청부민원’의 진상 규명과 류희림 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청부민원’ 보도 이후 류 위원장이 제보자 색출을 위해 특별감찰반 구성을 지시한 점,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익 제보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 점도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서에서 “심의 민원까지 청부해 언론탄압을 일삼고 언론자유를 도둑질하려다 들통 나자, 도둑에 맞서 정당방위에 나선 공익제보자를 겁박하는 적반하장, 몽둥이를 든 도둑이 바로 류희림이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도 오늘 성명서(아래 사진)를 통해 류 위원장의 ‘제보자 색출’ 지시를 비판했다. 방심위 지부는 성명서에서 “방심위 심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방심위가 해야 할 일은 공익제보자 색출이 아니라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심위 지부는 또 류 위원장을 향해 “공정한 심의를 해야 할 심의위원으로서의 자격뿐만 아니라, 언론·출판의 자유를 수호해야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조차 없음이 드러났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제보자를) 검찰에 고발하겠다'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들었다. 류희림 위원장이 오늘 화물 엘리베이터로 출근했다고 한다. 본인이 떳떳하면 기자들 앞에 서서 해명할 건 해명하고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를 하면 될 일인데 화물 엘리베이터로 출근을 하고 나서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제보자를 색출하겠다', '수사 의뢰도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감사실에 특별감찰반 구성을 지시했다고도 알려졌다. 적반하장의 태도다. 위원장이 친인척과 지인을 동원해서 심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왜곡된 영향을 미치는 일은 전례가 없다. 직원들이 당연히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어제 (뉴스타파와 MBC) 보도를 보며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꼈다. 
- 김준희 / 전국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

오늘(26일) 방심위 노조의 성명서

민주당 “청부민원으로 방심위를 사유화 한 류희림은 사퇴해야"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고민정, 민형배, 정필모 의원과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의원이 참여했다.

고민정 의원은 “MBC와 뉴스타파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역대 최대 징계인 과징금 부과 결정을 했던 이 사안이 ‘’청부민원”으로 시작된 사건이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도덕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위법적인 부분까지도 해당이 된다는 점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강민정 의원은 “청부민원으로 방심위를 사유화 한 류희림 위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가짜뉴스 때리기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필모 의원은 “공익신고에 따르면,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9월 4일 국회) 발언 직후부터 9월 18일까지 60여명이 총 160여건의 민원을 방심위에 제기했다. 이 중 9월 4일부터 7일까지 40여명, 100여건의 민원이 오타마저 똑같은 복사, 붙여넣기 수준의 동일한 내용으로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류희림 위원장 아들 4건과 동생 3건, 류희림 위원장이 공동대표를 지낸 미디어연대 박모 공동대표 3건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과 ‘셀프심의’ 및 관련법 위반은 당장 파면해야 할 중대 위법사안이다. 이번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은 윤석열 정권의 부도덕한 언론장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조직적 배후가 있는지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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