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동훈 비대위 발족, ‘윤심’ 아닌 민심 바라봐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공식 취임했다. 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한 위원장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집권여당을 이끌게 됐다. 내년 총선 결과에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 3년의 운명과 한 위원장의 정치미래가 달렸다. 실로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어깨에 놓였다.
한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치인이나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이 먼저”라며 “무릎을 굽히고 낮은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자”고 말했다. “승리를 위해 뭐든 다하겠다”며 총선 불출마도 선언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의지도 비쳤다. 하지만 국민이 묻고 정작 해야 할 얘기는 똑 부러지게 하지 않았다. 그는 당정관계에 대해 “대통령·여당·정부는 상호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여당은 당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는 윤석열 대통령 입김에 휘둘려 국정 운영도, 당 운영도 엉망진창이 됐다. 수직적 당정관계를 건강하게 재정립하는 게 여당 혁신의 제1과제였다. 그런데도 당정이 동반자 관계를 위해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국민 70%가 지지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총선용 악법”이라면서도 당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이 먼저’라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어야 했다.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운동권·개딸전체주의와 결탁” 운운하며 공격했다. 여당이 총선에 임하는 정책과 비전은 오로지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뿐이고, 출발부터 야당과의 대화·협치는 안중에 없는 건가. 대단히 실망스럽다. 왜 여당이 정권 출범 1년7개월 만에 세번째 비대위를 꾸리는 지경에 이른 것인지를 돌아본 건지 의구심이 일 뿐이다.
지금 국민의힘을 보는 국민 시선은 대체로 차갑다. 비대위원장이라면 정부·여당의 과오를 반성·성찰하고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비상대책’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한 위원장 인식은 이전 여당 지도부와도 다를 바 없다. 이래선 윤 대통령이 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최측근을 보냈고, 결국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재확인할 뿐이다.
한동훈 비대위는 비대위원 인선을 거쳐 이르면 29일 공식 출범한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재로 비대위를 꾸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비대위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국정을 견인하는 것이다. 용산과 단순히 말이 통하는 비대위가 아니라 용산에 할 소리를 하는 비대위여야 한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성패가 윤심이 아닌 민심에 있음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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